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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사콜라 Sep 28. 2022

미로공원 탈출하기,

글쓰기, 나를 정의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 하나는 마음속에 작지만 커져가는 마치 작은 돌멩이 하나가 자리 잡은 것 같은 느낌이다.  잊고 있다가도 문득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이정표가 새겨진 돌멩이, 작지만 삶의 중력이 되어주는 그런 게 내 안에 자라나고 있는 느낌이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도,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그곳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내가 남긴 글들이 내가 디디고 있던 순간의 감정과 이해와 마음 다짐을 다시금 일깨우는 그런 이정표 같은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삶이 미로 공원 같은 곳이고 그곳을 가능한 일찍 빠져나와 더 이상 헤매지 않는 게 인생의 목적이라면 우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쪽 벽에 손을 댄 채로 끝까지 손을 떼지 않고 가능한 모든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는 미로를 탈출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미로를 탈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에 하나이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나, 미처 가는 길에 확신이 사라져 포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좀 더 효율적인 방법 하나는, 내가 가본 곳이 막다른 곳이고 더 이상 길이 없는 곳이라면 그곳을 반복해서 가지 않기 위해 가봤던 곳이 시작되는 지점에 중요한 이정표를 새기고 기억하여 하나씩 길이 아닌 곳을 지워 나가는 전략이다. 이렇게 길이 아닌 곳을 지워 나가다 보면 조끔씩 출구에 가까워질 수 있다.


마음속의 이정표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미 했던 실수, 방황, 후회를 줄이려면 나는 중요한 곳에 이정표를 세우고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때는 지금의 막다른 곳은 다시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역할을 마음속 이정표가 할 수 있다.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 글을 다시 읽어 볼 때마다 나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늘 한지리에 머무르는 발전 없는 답답한 상황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곳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비춰주는 굳건한 이정표가 되어 준다. 


글을 쓰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모습은 내가 나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써 내려간 글은 나의 손끝을 떠나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나와 활자 화 되는 순간 마치 이식성 높은 새포 하나가 내 밖으로 튀어나와 또 다른 나를 복제해 내는 것처럼, 나를 내가 바라 보고 내 마음속을 나의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정말로 강력한 객관화 도구가 되어 준다. 


MBTI 검사의 정확도가 자기가 자기를 판단하는 부분의 오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누군가 언급했던 적이 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일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정확히 말해 나를 객관화 한 외부의 내가 나를 들여다볼 때 가장 장파악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나는 수많은 안개와 오류를 안고 있다. 따라서 글은 나를 객관화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었어? 

난 외부의 내가 바라다볼 때 가장 잘 알 수 있는 존재이다.



미로공원을 탈출하는 가장 확실한 또 하나의 방법은 높은 곳에 올라 미로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고 미리 길을 그려보고 그 경로를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나를 미로의 담 높이보다 2 ~3 미터 정도라도 띄우고 길을 찾을 수 있다면 나는 보다 손쉽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객관화는 그런 것이다. 나의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글쓰기도 그런 게 아닐까? 


적어도 글은 쓴다는 것은 복잡하고 허무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를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는, 내가 누구 인지를 잊지 않도록 해주는 그런 가장 장력한 도구 임은 분명하다.

이제 또 다른 미로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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