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가오픈을 위한 가오픈입니다.

가가오픈이라고 들어보셨나요.

by 쿠요

그가 에티오피아 커피와 사랑에 빠졌다. 지금은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카페가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지금으로부터 8년 전만 하더라도 커피는 무조건 고소한 커피였고 커피가 시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때였다. 그런 때에 오히려 반대로 그는 신커피의 대표주자, 에티오피아 커피와 사랑에 빠졌고 주위에서 다들 커피가 왜 시냐며 난리였다. 그럼에도 꿋꿋이 커피를 볶는 사람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강배전 커피를 할 수 없다며 초지일관 진짜 커피 본연의 맛을 사람들에게 전하겠다던 그는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커피를 볶았다.


맛있는 커피를 한 번 볶았다는 이야기이지 그 뒤로 계속 커피가 잘 볶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뒤로도 지속적인 맛을 내기 위해서 그는 계속해서 로스팅을 하며 테스트를 했고, 하루 종일 생두 앞에 앉아 생두의 결점두들을 다 골라내곤 했다.


'모든 로스터들이 다 이렇게 눈으로 결점두들을 골라낸다고...? 아니, 결점두가 애초에 이렇게 많다고?'


분명 1킬로의 생두를 샀지만, 결점두를 골라내고 나면 어느새 생두가 훅 줄어있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로스팅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그는 가게 앞에 큰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커피를 볶습니다.
커피를 내리기도 합니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불이 켜져 있다면
한 잔 들고 가세요.


KakaoTalk_20250721_225447617.jpg 지니엄 가가오픈기간 붙어있던 현수막
KakaoTalk_20250721_225447617_01.jpg 그의 첫... 디자인 작품;;

그리고 이 기간을 그는 가오픈을 위한 가오픈. 즉 가가오픈 기간이라 정했다. 커피를 팔지는 않았다. 아직 커피를 팔 만큼의 지속가능한 맛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돈 받고 팔 수 없어."

아직 돈을 받기엔 부담스러우니, 우선은 혹여라도 들어와 커피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커피를 한 잔씩 그냥 드리겠다는 말이었다. 다만, 마침 잘 볶인 원두가 있다면 원두는 조금씩 판매해 보겠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그곳에서 혼자 커피를 볶고 커피를 마시며 계속 자신과의 싸움을 했던 그는 많이 외로워했다.


그 당시에 나는 수학학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아침저녁으로 일이 끝나면 바로 간병을 위해 집으로 가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냈다. 나조차도 그의 곁에서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했으니, 그는 하루 종일 아무와도 이야기하는 않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외로움이 커져갈수록 그는 더욱더 지금 스스로가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되새겼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마음과 생각들을 인스타그램에 글로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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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들은 외로움의 반영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지니엄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이 더 뚜렷해졌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하는 일의 의미를 잃어버릴까 두려웠던 건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뇌고, 마음을 다잡으며, 그래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위해 마음을 지켰던 그의 시간들이 아마도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지니엄의 가장 깊은 뿌리가 되었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드디어, 정말 놀랍게도 그 현수막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생겼다.

그 순간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독했던 외로움과
이곳까지 걸어와준 발걸음에 대한 고마움이 만나
환대라는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블라인드를 걷어내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굳이 문을 열고 들어와 처음부터 마음에 대못을 박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남편이 여기서 장사하면 안 된다 그랬는데."

"왜 여기서 해요?"

"이게 카페예요?"


그러자 그는 로스터기 문 앞에 문구를 적어 놓았다.

도전하는 자들의 가장 큰 적은 경험하지 않은 자들의 조언이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이 문구를 적어놓고 들어오자마자 평가하는 손님들의 수가 줄었다. 물론, 느낌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들어야 하는 말들과, 걸러내야 하는 말들이 무엇인지를 분간했어야 했던 그 시간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 지니엄이 지니엄일 수 있던,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


"저는... 사실 여기 마음수련...? 그런 곳인 줄 알았어요. 현수막이 너무 떡하니 있잖아요. 근데 무심코 들어왔다가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그 뒤로 생각이 났어요."


그때의 우리를 기억해 주시는 몇 안 되는 손님.

지금은 다른 동네로 이사 가셨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씩 지금도 들러서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시는 분.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인연들이 있음에 감사할 다름이다.


찾아오는 사람이 귀했다. 그리고 정체성의 의심을 받을 만한 멘트의 현수막을 열고 무심코 들어왔던 분들이 너무 반가웠던 남편은 커피 한 잔을 드리며 이런저런 대화를 했고 그 대화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이어지는 일들이 하나 둘 지니엄 안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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