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엄은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뿌리가 깊어지기 시작한 시간, 1년 간의 가오픈.

by 쿠요

가가오픈. 가오픈을 위한 가오픈기간.

나의 남편이자, 지니엄의 대표인 커요(커피요정. 몇 년 뒤 붙여지는 닉네임이다.) 는 2017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6개월 동안 가게의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볶았다. 신커피에 매력을 느끼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싶지 않아 실패한 원두를 다 버려가며 그는 계속 판매할 수 있는 맛이 나올 때까지 연습했다. 그 기간 동안 혹여라도 커피를 원하는 분이 있으면 돈을 받지 않고 한 잔을 그저 내려드렸다. 스스로가 판매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그에게는 시간이 필요했었다.


다른 곳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돌아와 늦은 저녁까지 계속 연습하며 불 꺼진 동네의 작은 불빛을 켜두었던 그는 어느 날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아 한 마디 누군가와 대화하지 못한 채 늦은 밤 집에 돌아오곤 했다.


"와, 나 지금 처음 말해."


그 말을 들을 때면 얼마나 마음이 짠하던지.


사람이 오지 않아 말할 수 있는 곳이 없어 그는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글을 보고 지니엄에 찾아주는 사람이 한 두 사람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커피 파시나요?"


오픈일도 제각각이었고, 심지어 오픈시간도 제각각이었다. 오픈에 대한 안내는 늘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하곤 했는데, 그걸 보고 가게에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커피 그냥 한 잔 내려드릴게요."


그렇게 처음 온 손님과 커요는 커피 한 잔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인생의 고단한 이야기.

커피를 하는 이야기.

위로를 주는 이야기.

소망을 품고 싶은 이야기.


그렇게 두세 시간이 흘러가며 손님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들어오면, 다른 사람이 거의 들어오질 않으니 분명 가게는 열려있지만 진득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손님이 오지 않아 작업을 해야겠다 싶어 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있으면 그 블라인드를 걷어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불이 켜져 있어서..."


그렇게 들어오는 분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려드렸다.


분명 부담스러웠던 사람들도 있었다. 한 번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대화가 끝나지 않아서 멍하니 고개만 끄덕이다가 돌아가 다음에 방문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커요는 거기서 또 배웠다.


'부담스러웠나 보다. 어떻게 행동해야 부담스럽지 않을까. 어떻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까.'


그는 계속해서 고민했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했다. 그 결과였을까. 정말 별 볼 일 없던 언덕 위 작은 공간에도 단골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커피보다 대화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서서 2시간씩 이야기하다 보니 다리가 아플 것 같아 작업대 앞에 높은 의자를 2개 가져다 두었다. 정말 불편한 자리였는데 지니엄에 들어온 손님들은 커요와 이야기하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았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펑펑 울다 가기도 했고, 결의에 차서 돌아가기도 했으며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느끼고 돌아가기도 했다. 아직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지만, 우리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누군가가 와서 그 마음이 위로를 얻고 소망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작은 순간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보람을 느끼게 했다.


우리의 첫 인테리어. 중구난방으로 좋다는 거 다 가져다 놓은 맥시멀리즘.



그렇게 조금씩 우리는 손님들을 만났고, 얼굴이 익숙해지고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때쯤 그들에게 물었다.


"저희 가게에 한 번 오시면 손님이시고,

두 번 오시면 단골이세요.

세 번째 오시면.. 오랜 단골이십니다.


오랜 단골이 되시면 저희는 여쭤보는 게 있는데요,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제 이름은, 라성민입니다. 제 이름은 잊어버리셔도 좋아요.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손님을 성함으로 호칭을 해도 괜찮을까요? "


단골을 넘어 오랜 단골의 정의는, 손님의 이름을 물어보면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손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시작했고, 손님 1, 손님 2가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할 때, 나필주 시인의 시처럼 생산자와 소비자를 넘어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나필주, 꽃


연결됨. 그리고 그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과 연결되는 그 힘에 용기를 내어, 지니엄은 2018년 1월에 드디어 가오픈을 했다.







"나는 지니엄이 마음이 쉬는 자리였으면 좋겠어."

어느 날 커요가 말했다.


"결혼을 하고, 여보를 만나면서 나의 마음이 쉬는 자리는.. 여보였거든. 그때 느꼈던 정서적인 안정감과 위로가 너무나 큰데 그걸 지니엄에 오는 손님들도 누군가를 통해서 느꼈으면 좋겠어. 지니엄은 선물이라는 뜻이잖아. 결국 지니엄이 누군가의 마음이 쉬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



지금도 여전히.

지니엄은 누군가의 마음이 쉬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지니엄은 사람이 있는 곳이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소망이 되는 곳이길 바란다.


그때, 우리가 있는 이곳만큼이라도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지니엄을 시작하고 8년이 되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가가오픈과 가오픈의 그 1년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시간이었다.


만약 우리가 1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하지 않고 바로 오픈했다면?

지니엄을 시작했던 목적을 충분히 곱씹을 수 있었을까?


오픈을 했는데 바로 손님이 많이 왔다면?

한 사람 한 사람과 진득하게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고, 정서를 나누는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이 기간을 통해 지니엄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마음이 쉬는 자리를 바랐고,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정서를 세웠다.


커요는 가장에게 요구되는 책임감과 지독한 외로움과 싸웠고 나는 그런 남편을 응원하며 낮에는 학원에서 밤에는 아픈 어머니와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감사하게 여기는 건 그때 우리가 계속 눈물로 뿌렸던 씨앗들이 지금의 지니엄의 깊은 뿌리가 되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2018년 가오픈. 그는 지니엄소사이어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신념에 깊은 뿌리를 두고,

이제는 실제적인 운영. 즉 경제적인 어려움도 분명히 극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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