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돼라!

by 최정식

중 3 때 일이다. 학생회 임원단 수련회를 덕유산으로 갔다. 덕유산에서 하산하는 길에 국어 선생님께서 나에게 뜬금 없이 말씀하셨다.


"너는 나중에 선생님 돼라."

"네? 왜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애는 선생님 되라고 한다!"


선생님 말씀 나는 선뜻 "네"라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가족을 위해서 법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어렸을 때 내가 되고 싶었던 꿈은 선생님이었다. 한국외대 인도어과에 진학해서도 교직을 이수할 수가 있을까 하고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내 전공은 교직 이수가 불가능해서 포기했다.


이런 내가 인도에서 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인인 것이 이점으로 작용해서 노이다(Noida)에 소재한 제네시스 글로벌 학교(Genesis Global School) 태권도 코치로 가르쳤다. 이후에 남인도에 우띠에 있는 기숙학교인 로렌스 학교(The Lawrence School Lovedale)로 옮기면서는 신학석사(M Div) 학위가 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덕 과목을 가르치게 되었다. 학교에서 전임 선생님으로 바뀌면서 4-6학년 남학생 40여 명을 돌보는 사감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5학년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로렌스 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하는 동안은 나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맘껏 가졌다. 떠나는 해인 2018년에는 초등학교 5학년 한 반한테 과학 사회통합 과목을 가르치기까지 했다. 학교는 초등학교 과목들이니 내가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문제는 내가 영어로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학습 용어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다시 영어로 초등학교를 다니게 된 기분이었다. 그때 아내는 학교가 별다른 상의 없이 또 다른 과목을 맡긴 것이 부당하다고 했다. 사실 나도 최소한 사전에 물어봐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불만은 있었다. 다만 그러한 상황에서 웃음이 나왔다. 마치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사라가 나그네로부터 임신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웃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와 보니 나는 선생님이라는 꿈을 스스로 꾼 것 같지 않다. 그저 내가 되고 싶어 하는 꿈이었는데 이제 하나님께서 그 꿈을 어떻게 이루어 가시는 지를 보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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