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밝은 숲 Sep 04. 2024

피튜니아, 라벤더가 있는 천변 풍경 그리고 능소화

여름꽃 드로잉

9월이 되니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람의 결이 시원해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여전히 한낮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여름의 엄청났던 더위를 다 같이 견뎌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다들 올여름 어떻게 지냈느냐, 서로 안부를 묻습니다. 너도 나도 힘들고 어렵게 지나왔다 주고받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평소에는 여름에도 에어컨을 별로 켜지 않고 지내곤 했는데 올여름은 에어컨이 생존을 위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 막힐 듯한 열기를 품은 여름을 견디기 위해 저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더위에 지친 채 길을 걷다가 발견한 여름꽃들을 보는 순간 마음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피튜니아, 라벤더가 있는 천변 풍경 드로잉
피튜니아와 라벤더가 있는 천변 풍경<수채화>

여름날 초반 무렵, 천변을 산책하다가 다리 위 화분에 심어져 있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았습니다. 빨강과 진분홍, 보라색 튜니아, 그리고 키 큰 보라색 라벤더가 조화롭게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엔 평화롭게 흐르는 물결이, 높고 낮은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보였습니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일상을 만드는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가 아름답게 느껴져 사진 찍어와 그렸습니다.


꽃을 스케치하면서는 꽃을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되어 꽃들 친밀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천변칠하면서는 넓은 파랑의 스펙트럼에서 어떤 색을 골라 어떻게 배합시킬지 그리고 고요히 흔들리는 물줄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림 한 장을 완성하는 일은 글 쓰는 일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다 끝내고 나면 에너지를 쏟은 만큼 몸이 힘들 때도 있는 걸 보 그렇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처럼 그림을 그리는 순간, 저는 대상에 몰두하고 대상 속에 깊숙이 스며드는 경험을 합니다. 피튜니아 속에도 라벤더 속에도 물결 속에도 자연이 만들어 낸 자연스럽고 숭고한 에너지가 있음을 느낍니다.


능소화 드로잉
능소화 <수채화>

올여름 내내 동네 여기저기서 능소화를 만났습니다. 어느 집 담장에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주황색 능소화는 색도 예쁘고 모양도 예뻐서 지나가는 발걸음을 붙잡곤 했습니다.


장마가 한창인 때 서류 뗄 일이 있어 공공기관에 찾아갔다가 주차장 한 컨에 덩굴져 피어 있는 능소화 무리를 보고 사진 찍어와 그렸습니다.


능소화를 그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상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마치 조선시대 어느 양가집 안채 담장에 피어 있을 것만 같은 단아한 모습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만큼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고 마음먹은 만큼 생생하게 표현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같은 사물을 보고 그려도 다들 다르게 표현되는 걸 보면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눈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은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사람들은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반응하고 다르게 표현하니까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펜으로 물감으로 표현하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상을 살면서 그림 그리는 창작 활동 재미있게 자유롭게 하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 책방지기 혹은 북 큐레이터의 일상 속 책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