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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Mar 11. 2022

길고양이가 바라보는 전쟁

봄 같은 평화가 오기를

저녁을 먹고 운동 삼아 나가는 산책길에는 길고양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보통은 지나가는 고양이,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 혹은 가만히 차 밑에 앉아 있는 고양이들을 보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 고양이 두 마리가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 고양이 두 마리는 상대편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격적인 눈빛으로 상대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금방이라도 달려 나가 싸울 태세로 몸 전체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게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가 이때다 싶을 때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 서로를 공격한다.


그리고 다시 물러나서 질러대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는 독기가 서려 있다.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어 싸우고 있다는 고양이의 마음이 크르렁거리는 거센소리로 나타다.


보통 때 고양이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면 피해 도망가지만 적의를 가지고 상대편 고양이를 노려보고 싸울 때에는 사람이 옆에 지나가는지 어쩐지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싸움에 몰두해 있어 주위의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것 같다.


산책길에 만나는 고양이들의 싸움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란하고 소름이 돋는다. 싸울 때 내지르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날카롭고 상대편을 공격하려는 고양이 몸의 긴장감은 나에게 그대로 전해져 어느새 내가 움츠러들고 긴장하게 된다.


어느 때는 그 지역에서 터 잡고 살고 있던 고양이는 사라져 보이지 않고 다른 고양이가 나타나 우쭐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한다. 기존에 고양이는 영역 다툼에서 져서 쫓겨났거나 아니면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세계는 피 터지는 전쟁터로 약육강식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마을 공원의 길고양이들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잘 지낸다. 공원 한 켠에 몇 개로 나누어져 놓여 있는 그릇에는 언제나 고양이 먹이가 담겨 있고 공원 주변의 고양이들은 그릇에 담겨 있는 먹이를 언제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 길냥이들의 엄마 노릇을 하는 마음씨 좋은 동네 아주머니의 배려로 만들어진 먹이들이다.


고양이들은 먹이가 확보되면 더 이상 싸울 일이 없어 보인다. 고양이들에게 싸움은 야생에서 하루하루 먹이를 구해야 하는 사냥터에서 생존을 위한 필요성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먹이가 풍부하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가 먹는 것을 시기하거나 질투해서 빼앗지도 않는다. 자기 배가 부르면 물러나 햇빛 좋은 데로 가 있거나 보금자리로 돌아가 쉴 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전쟁을 하고 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우크라이나의 피폐해진 모습은 보기에 힘겹다.


한국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이 악기 대신 총을 들기 위해 자기 조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은 준엄하게 들리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나이 어린 러시아 군인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먹이는 모습은 마음이 아프다.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은 안타깝기 그지없고 병원에 실려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살리지 못한 의료진의 얼굴에서는 분노가 읽힌다.


고양이는 싸울 의사가 있는 고양이 혼자서 스스로를 위한 싸움을 하고 스스로 그 결과를 책임진다.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 자신의 싸움을 누구에게도 대신 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조직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쟁터에 보내진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총을 들고 있다. 전쟁터에 나가서 죄 없는 사람들끼리 총을 겨누고 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무섭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의 무모함과 잔인함과 포악성이 끔찍하다.

 

잊을 만하면 지구 위 어디에선가 전쟁이 일어나 무차별적인 폭격이 벌어지고 총과 총이 서로에게 겨눠져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이런 일을 보고 듣게 되는 요즘, 세상이 보여주는 약육강식의 메커니즘은 변하지 않고 강자는 언제나 약자를 칠 수 있다는 논리,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전쟁도 살육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야만성은 인간 정신의 진보의 역사를 무력하게 만든다. 


야생에서 사는 길고양이들도 자기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 내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데 좀 더 많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좀 더 힘세지기 위해서 무차별적이고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전쟁을 치르는 시스템이 너무 잔인하다.


햇빛은 따스하고 대지는 기지개를 켜며 생명을 키우는 봄이 왔는데...  우크라이나에 하루라도 빨리 봄 같은 평화가 오기를 바라고 기도다.


전쟁과 폭력보다 세상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을 모으 뜻을 모으고 생각을 모으고 행동을 모아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따뜻한 봄같이 찾아오기를 바라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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