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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Jun 24. 2022

나의 글쓰기 <브런치>

그리고 고흐의 <해바라기>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나는 스물네 편의 글을 올렸다.  


어딘가에 응모해서 발탁이 되고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음에 나는 감사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쓰고 다듬고 발행을 해 왔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글이기 때문에 작가인 '나'와 독자인 '나'가 병행되어야 한다.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가지고 머릿속에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든다. 기억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옛날 앨범이나 일기장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정확성을 위해 책을 살펴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에 적합한 자료들을 취합해서 다시 또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과 조합하며 생각과 억들을 문장으로 만들어간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조화롭다고 생각되면 그다음부터는 고쳐쓰기를 한다. 독자가 되어 내가 쓴 글을 읽을 때마다 고칠 부분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불필요한 말과 늘어진 표현들을 고친다. 어떨 때는 주제와 부합하지 않는 문단이나 문장이 눈에 띄는데 그럴 때는 공들여 쓴 문장이라도 지우는 게 낫다.


읽을 때마다 손 볼 부분이 나타나는데 그럴 때마다 잘 읽힐 수 있는 표현을 떠올리며 조사를 빼거나 어미를 고치거나 단어를 바꾼다. 자고 일어나서 발행하려고 마지막으로 읽어보면 고칠 곳은 또 있다. 그렇게 수십 번을 읽으면서 고치고 나서야 한 편의 글을 발행한다.


어느 때는 글에 집중하느라 에너지가 소진되어 두통이 몰려오기도 하고 몸살이 나기도 한다. 지금은 그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잘 조절하려 노력하는데 꽉 차 있던 머릿속을 비우고 충전하려는 노력 중에 하나가 나에게는 그림 그리기다.

Vincent van Gogh, Sunflowers, 1888

고흐 그림을 좋아해서 이번에는 가로 60cm, 세로 75cm 크기 캔버스의 <해바라기>를 선택했다. 푸른 바탕에 노란색 열두 송이 해바라기들이 노란 화병에 꽂힌 그림이다.


고흐는 프랑스의 아를에서 화가들이 같이 살면서 작업하고 영감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었다. 고갱이 아를에 온다고 했을 때 고갱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해바라기 그림을 여러 점 그렸다.

Vincent van Gogh, Sunflowers, 1888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고흐는 화가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그림을 팔고 자립을 해서 동생 테오에게 신세 진 것들을 갚을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고갱과 작업을 시작하면서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해바라기 그림은  고흐의 열정만큼 찬란하고 고흐의 열망만큼 진하고 두껍게 그려졌을 것이다.


고흐는 절실한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해바라기를 그렸겠지만 나는 무념무상으로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고흐가 구성해 놓은 해바라기를 채색한다. 고흐가 구성한 푸른 바탕에 해바라기들은 앞면과 옆면, 뒷면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스케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배경으로 깔린 명도가 다른 푸른색과 노란색을 연한 색부터 진한 색으로 칠해 간다. 짬짬이 그리니 이 과정에 며칠이 걸린다. 그다음에는 해바라기를 채색한다. 물감이 연하면 몇 번씩 덧칠을 하는데 물감이 얹어질수록 꽃잎의 질감은 살아난다.

열흘이 지나서야 꽃병의 테두리를 진한 색으로 칠하고 마지막으로 빈센트라는 이름을 채색한다. 다 끝내고는  멀찌감치 놓고 보기도 하고 가까이 놓고도 보는데 글쓰기처럼 그림도 고칠 부분이 자꾸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계속 덧칠하거나 수정한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면서 나는 틈날 때마다 '해바라기'를 채색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올리는 나의 행위는 미래 지향적이어서 어쩌면 꿈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오늘을 사는 내가 과거의 사람과 일들을 추억하며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것들을 소중히 남기고 싶어서 오늘을 사는 이들과 공유한다. 또 지금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쓴 글은 어제 쓴 글보다 조금쯤 나아지고 발전해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나의 경험과 생각과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면 좋겠다, 는 바람도 갖는다.

Vincent van Gogh, Sunflowers, 1889

인간은 희망과 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힘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고흐도 꿈과 희망을 품고서 태양과 같은 열정으로 해바라기를 그렸을 것이다. 비록 그의 꿈은 좌절되고 그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꾼 꿈의 형태대로 해바라기 그림은 남아 있다.


오늘에서야 나는 해바라기 그림을 끝냈다. 고흐의 <해바라기> 채색하면서 비우려고 한 나의 행위는 반쯤은 성공이고 반쯤은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얗게 비워져 있던 캔버스가 푸른 바탕 위로 희망을 품듯 노란 해바라기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고 비우기 위한 행위가 채움으로 나타난 결과물을 보게 되었다.


이건 또 내가 예상하지 못한 묘한 성취감이었다.


고흐의 <해바라기>  아크릴 채색


글쓰기도 비슷할 것이다. 비움과 채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의 사유가 문장과 만나 표현하고 소통하며 걸어가는 길이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비워내고 또 채워가면서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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