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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과 관련해 지역축제를 꽤 많이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사람 많은 곳이 정말 싫었고, 그로 인해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는 사람 옆에서도 5분을 못 버티는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죽했을까요.
그때는 그게 이상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아는 사람일수록 나를 보여줄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상관이 없었을 텐데 정확히 반대로 행동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사소한 실수와 결점으로 인해 떠날까 두려웠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진짜 숨을 쉬는 순간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면 늘 다른 ‘나’를 연기하기 바빴습니다. 그 연기가 훌륭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호흡은 얕았고, 목소리도 자주 달라졌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철저히 일과 삶을 분리해서 성공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사회에 속하려면,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사회와 연결된 저는 누구일까요. 열아홉의 이른 겨울부터 시작된 몇 년의 첫 사회생활이 그랬습니다. 얼마나 나를 꽁꽁 숨겼는지. 그리고 그걸 다시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재밌고 즐거웠던 순간까지, 슬픔과 감동, 연민을 느꼈던 순간들까지 가짜였을까?
축제에 가면,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것들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어색하거나, 가격이 지나치거나. 그런 곳을 지나서 그 지역의 사람들이 직접 꾸린 공간에 들어서면 이전에 느꼈던 감각이 더 선명해집니다. 일을 마치고 시간이 나서 축제를 둘러볼 수 있게 되면, 함께 간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해방감과 축제의 분위기가 온몸으로 파고드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감각을 거부하기 바빴습니다. 뭔가 어색했습니다. 일하는 또 다른 내가, 그걸 꺼내는 걸 막아냈습니다. 그래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몸을 더 움직였고, 대화의 볼륨을 맞췄습니다. 낯선 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대답했습니다. 맛있다고, 재밌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그렇게 몇 번을 경험하고 시도한 끝에 알게 되었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그 일련의 행동들이 연기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그 시작은 진심이었고, 몸이 그렇게 반응했습니다. 수많은 생각과 가면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오랜 시간을 묻혀 있던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이유 많은 감정들이 뭉쳐서 가끔씩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제는 압니다. 일단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오락가락하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던 그때의 저를 밀어내지 않았던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