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 우선 유익한 흡흡습습으로

호흡은 어떻게 하나요?

by Jeff Jung

EP.05 우선 유익한 흡흡습습으로 - 호흡은 어떻게 하나요?


우리가 달릴 때 가장 힘들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몇 분 달리지 않아도 바로 신호가 오는 것들이다.

첫 번째는 계속 가빠지는 호흡이 있겠고, 두 번째는 온몸, 특히 다리 부분의 뻐근함이 있을 것이다.

그중 달리기를 처음 할 때 가징 어렵고 애매했던 것이 호흡법이었다.

느리게 달리라고 해서 속도를 줄이더라도, 초심자로서 익숙하지 않고 터질 듯이 가쁜 호흡은 이제 그만 달리고 싶다는 신호를 계속 뇌에게 보내게 하는 주요 인자이다.

쓸데없는 짓 그만하라고, 안 뛰어도 된다고. 뇌를 속이고 습관이 되기까지 21일이 걸린다고 했으니 우리는 3주 동안 뇌에서 지속적으로 속삭이는 악마의 달콤함을 견딜 수밖에 없다.

나로서도 처음 달릴 때 느리게 달리기 따위는 모르고 남 달리는 것처럼 속도를 내었으니, 그 호흡의 힘듦을 견디기란 배로 힘들었을 것이다.

때때로 호흡이 꼬이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으으.


당연히 인터넷을 뒤져가며, 책을 찾아보며 어떻게 호흡하는 것이 정석인지를 폭풍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엥? 나는 달리기를 그만두게 만드는 중요한 인자인 호흡법에 대해 아주 상세하고 정확한 가이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뭐지? 심지어는 엘리트 선수들이 얘기하는 내용에도 무언가 두리뭉실한 느낌이 있었다.

뭐, 자연스럽게 편한 대로 쉬시면 되어요. 이런 뉘앙스?

‘우 씨 이기 지금 지 잘 뛴다고 초보자 무시하냐.’ 발끈 화를 내게 되는데 미리 언질을 드리자면 이제는 왜 그렇게 두리뭉실했는지 이해할 것 같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그나마 인터넷에서 갈무리했던 호흡 정보와 달리는 자세를 묶어 간략히 정리해 보자.


첫째, 달리기는 코로만 숨 쉬는 것이 아니고 입과 함께 쉰다는 느낌이 좋겠다. 코 만으로 숨 쉬어서는 폐에서 요구하는 산소를 나중에는 감당하지 못한다.

맑은 날보다 미세 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날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입으로도 함께 숨 쉬라는 말은 일면 슬프고 두렵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달리기 해서 얻는 건강과 심폐지구력으로 맑은 폐가 더 이득일 것으로 자위하자.

5대 5, 3대 7 정할 순 없겠지만 입을 살짜꿍 벌리고 코와 입을 통해 함께 들이마시고 함께 내쉰다는 호흡 하면 되겠다. 달리기 하며 조금 입을 조금 가볍게 벌려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코로만 쉴 때보다 한층 편안한 호흡이 다가올 것이다.

'나는 코로만 숨쉬고 싶어요.'

그것도 괜찮을 거 같고 그렇게 제안을 하는 이도 있다. 코로 숨쉬고 속도를 더 늦추면 된다. 끝.

무엇이든 자신이 안 힘든 정도가 포인트이다.


둘째, 가장 궁금했던 호흡 리듬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그나마 나오는 단어로 ‘흡흡습습’이 있다.

나의 뛰는 다리를 박자로 생각하고 왼발 오른발 디딜 때 흡흡 들이쉬고, 다음 왼발 오른발 디딜 때 습습 내뱉고.

처음 달리기 할 때 이런 루틴으로 흡흡습습 호흡하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 정도 리듬으로도 숨이 가빠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상 길게 리듬을 가져가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물론 흡흡습습이라고 무조건 두번씩 짧게 끊어 쉬고 내쉬라기 보단 리듬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가끔씩 흡흡습습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호흡이 갈수록 힘들어져 리듬이 깨질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럴 땐 크게 ‘훅’ 숨을 내뱉는 형태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하는 것도 좋다고 전하고 있다.

이거 도움이 된다.


셋째, 복식호흡을 하라는 얘기도 있다.

힘들어 죽겠는데 별 이상한 주문까지 다 있다. 명상할 때 하는 그 배를 불룩하게 하는 호흡을 달리기 하면서 하란 말이냐.

요는 폐를 부풀려 갈비뼈를 펼치는 호흡보다는 횡격막을 내리며 배로 깊이 호흡하는 것이 에너지가 더 적게 들고 더 많은 산소를 단위시간내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이다. 맞는 말이니 반박은 못하겠다.

일일이 신경 쓸 수는 없겠지만 그런가 보다 하며 계속 흠흠습습과 복식호흡을 연상해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자기 자신이 어떻게 했을 때 좀 더 호흡이 편하더라는 작은 느낌들이 계속 쌓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넷째, 호흡과 관련되어 달리기 자세도 언급을 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달리기를 할 때는 등을 꼿꼿이 세우라고 한다. 이상적인 자세는 그 상태에서 조금만 앞으로 살짝 기울이라는데 처음에는 일자로 세우는 느낌으로 달리면 되겠다. 해 보시면 알 텐데, 조금만 기울여도 속도가 엄청 빨라지는 자신이 느껴진다. 이럴 경우 느리게 달리는 처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렇지만 이것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나중에 속도를 내고자 할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말씀드린 셈이다. 속도를 내고자 할 때 다리를 빨리 디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일자 각도에서 조금만 몸을 기울인다고 느낌만 줘도 몸이 저절로 빨라질 것이다.

'아, 내 마음 나도 몰라.' 뭐 이런 뉘앙스가 된다.'

자세와 호흡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우리가 힘들 때는 자연스럽게 등이 구부러지는 상태가 된다. 그 산악에서 한참을 오르막 오르다 보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와 등을 수그리고 헉헉 거리는 그 포즈 있지 않나. 그러면 폐의 공간이 좁아지고 호흡을 하려면 이 폐를 넓히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좁혀진 폐 때문에 충분한 공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더 헉헉 거리게 되고, 그럼 몸은 더 수그려지고….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러하기에 힘이 들더라도 인위적으로 등을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펴고 달리라는 이유이다. 이는 코어근육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달리기가 괜히 전신운동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힘들다고 몸을 구부리지 말자. 몸을 꼿꼿하게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건 그만 달려도 되는 정도로 지쳤다는 것일 수도 있다.


다섯째, 자세 나온 김에 팔을 흔드는 것도 얘기하고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자신도 모르는 습관으로 옆으로 흔드는 분들이 계신데 전진하는 에너지를 도울 수 있도록 같은 방향으로 흔드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핵심은 앞으로 흔드는 게 아니라 뒤로 흔든다는 느낌으로 팔을 저으면 되겠다.

즉, 90도 정도 (그렇다고 너무 로봇처럼 집착하지 말고)로 팔을 자연스레 구부러지게 해서 내 몸의 중심에서 앞이 아니라 뒤로 흔든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뒤로 흔든 우리 어깨 근육은 스프링과 같아서 힘을 안 들이고도 앞으로 당연하게 올 것이고 이는 일부러 앞으로 내지르는 에너지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다. 주먹은 달걀 쥔 모습으로 공극을 두고 가볍게 쥐면 되겠지

꼿꼿하게 편 등 근육으로 뒤로 팔 젓기, 이게 표준 자세라고 일부러 인식하고 달려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지 않을까 싶다.


여섯째, 달리는 행위는 점프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으로 하여 에너지를 최소화한다. 보폭을 넓게 뛰는 것보다 적당한 보폭과 리듬이 좋겠다.

특히 이는 오르막을 오르는 요령인데, 오르막이라고 절대 겁먹으실 필요가 없다. 경사가 나타나면 보폭을 더욱 줄이고 더 짧은 리듬으로 달린다. 그러면 그 힘들 것 같은 오르막을 웬걸 리드미컬하게 올라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기 열거한 느낌을 가지고 계속 달려 본다.

바야흐로 호흡이 리듬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나는 하나의 기계가 된다.

내 몸은 펄떡이는 붉은 심장을 지닌 기계이다. 크로넨버그가 따로 필요 없다.

옛날 기술 시간에 배웠던 엔진과 같이 내 몸 자체가 엔진으로 변태 된다.

흡입압축폭발배기. 그 느낌은 일면 유쾌하다.

후욱 호흡을 하며 외부 공기가 나의 폐로 스며든다. 쌓였던 이산화탄소 찌꺼기는 순식간에 외부로 방출되고 신선한 산소가 들어온다. 꾹 펌프질로 짜낸 피는 동맥을 통해 폐로 흘러 산소를 잔뜩 머금은 뒤 내 몸 구석구석, 손 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에너지를 전달한다. 폭발. 심장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발바닥은 힘차게 박찬 걸음으로 피를 다시 찌꺼기와 함께 심장으로 돌려보낸다.

흡입압축폭발배기, 흡입압축폭발배기, 흡흡습습, 흡흡습습, 흡흡습습 나는 호흡 외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달리는 기계가 된 것 같다. 충실히 집중하여 몸이 내린 이 기계적인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그 반복적인 리듬감을 좋아해 주었으면 한다.

이때만큼 내가 내 몸에 집중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입을 통해 숨을 쉬든, 코를 통해 숨을 쉬든 편한 대로 하라. 할 수만 있다면 귀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여도 좋다. 턱은 편안해야 하고 입은 가볍게 벌린 채가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달리기 코치 아저씨가 한 무책임한(?) 말이다.

이제, 선수들이 왜 호흡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호흡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렇게 흡흡습습하며 계속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각고로 노력했던 기억을 잃어버릴 만큼 리듬 자체를 신경 쓰지 않는 시간이 온다는 이야기이다. 그 시기의 호흡의 느낌이란 내 몸이 필요한 만큼의 리듬과 량으로 그냥 일상에서 사는 것처럼 호흡하는 느낌이다. 우리가 평상시에는 호흡이라는 행위 자체를 잊고 살지 않나. 내 생각에 엘리트 선수들은 이미 호흡이라는 행위는 일상에 체화가 되어 있는 경지에 있을 것이고, 과거에 내가 어떻게 호흡했나 기억도 잊었을 것이다.

그냥, 각자 편하게 하시면 되어요. 평상시처럼 필요한 만큼 호흡하시면 되어요…. 그래서 뭐 이런 뉘앙스가 된 것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나를 예시로 들자면 처음 흡흡습습 리듬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흡이 3-4박자 정도 되는 것 같고, 그 조차도 달릴 때는 인식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은 그 발을 딛는 리듬과 호흡의 들숨과 날숨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뭐 3.5발짝 한번 이럴 때도 있지 않겠는가? 즉, 그냥 내 몸이 알아서 안 지치도록 리듬과 관계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더라. 피아노 치시는 분들은 이 양손 연주를 하며 느낌을 이해하 실 것 같다. 트레일 러닝으로 오르막을 오를 때는 다시 흡흡습습이 될 것이고 평지를 달릴 때는 다시 안정적이 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언제였을까? 그 느낌을 처음 인지했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내 몸이 그만큼 달리기에 안정되었다는 증거 같아서.

그래서 선수들이 호흡에 대한 얘기를 많이 안 하는구나… 몸은 필요한 호흡을 하고 있을 뿐이고, 어떤 리듬으로 해야 하는지 인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던 것이구나.



그래서 결론은,


우선 유익한 흡흡습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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