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베를린 01화

말이 씨가 되어 - 베를린 1

베를린까지 온 길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와 나눈 대화가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언젠가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빵을 좋아해서 빵만 먹고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때 빵집에서 나눈 이야기가 결국 씨가 되어, 지금 나는 유럽 땅에서 몸을 내리고 살고 있다. 그것도 여러 나라를 오가며 휘저으면서!


2010년 처음 발을 디딘 런던의 히스로(Heathrow) 공항은 지저분하고 분주했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맨몸을 드러내며 영국이 어떤 곳인지 냉정하게 알려주었다. 깨진 환상에 실망했지만, 곧 맞이한 런던의 아침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도시 속에서도 전원적인 풍경이 펼쳐졌고, 그 속에 흠뻑 빠져들었다. 어린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시작된 영국 생활은 산후우울증과 육아 후유증으로 쉽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2013년에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다시 시작했다. 세 아이와 함께 다섯 식구가 되었고, 조용한 도시는 우리에게 휴식을 안겨주었다. 아이들과 배나무 밑에서 떨어진 배를 주워 먹고, 학교 앞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자라는 동안 외로움은 사치가 되었고, 시간은 멈춘 듯 흘러갔다.


2014년에는 유럽의 꽃, 체코 프라하에서 살았다. 4년 동안 도시 전체가 그림처럼 다가왔고,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박물관 속을 달리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원에서 뛰놀고, 여름이면 딸기를 따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탔다. 아이들은 또다시 자연과 한몸으로 자랐다.


그리고 2022년부터 지금은 독일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큰 도시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전원적인 모습을 품고 있어 상쾌한 아침과 여유로운 마음을 준다. 돌아보면 중학교 때 외쳤던 “빵만 먹고 살고 싶다”는 그 말이 씨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듯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굳은 믿음이 생겼고, 그래서 앞으로도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용기 내어 외치고 싶다. 앞으로의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새롭게 시작된 베를린에서 건강하게, 즐겁게, 그리고 맛있는 빵을 먹으며 살고 싶다. 말이 또 씨가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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