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베를린 05화

걷기 좋은 가을 - 베를린 5

젤렌도로프 타운센터

젤렌도로프(Zehlendorf)는 베를린의 남서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베를린에서도 비교적 부유한 주거지로 꼽힌다. 고급 주택들이 많고, 주변에는 크고 작은 호수와 숲이 이어져 있다. 지역의 절반 가까이가 숲이나 호수, 강으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녹지가 풍부하다.


젤렌도로프는 조용한 주거 지역이지만,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장을 보거나 은행, 병원 같은 볼일을 보기 위해 젤렌도로프 타운센터로 모인다. 나도 오늘 차 배터리 교체 예약이 있어서 이곳에 방문했다.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서 좋아하는 카페를 향해 천천히 센터를 구경하며 걸었다.


카페와 상점이 줄지어 있는 거리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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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도로프 타운 센터 Teltow damm


오늘 베를린의 날씨는 좋지 않았다.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두텁게 덮었고, 바람 끝은 차가웠다. 기온은 15도 남짓, 걷기에는 나쁘지 않은 온도였다. 먹구름과 찬 바람이 느껴져 집을 나설 때는 두툼하게 챙겨 입었다. 십 분정도 걸었더니 금세 열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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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dm, Bio company


타운센터에는 언제나 교회가 있다. 종탑이 우뚝 선 그곳이 지역의 중심이고, 그 주변으로 상점과 카페, 시장이 둥글게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의 거리에서는 '데엠(dm)’이라는 가게를 자주 볼 수 있다. 세제부터 화장품, 아기용품까지 없는 게 없는 드러그스토어다. 독일 사람들은 대형 마트보다 이런 가게에서 일상용품을 더 자주 산다. 데엠과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가게로는 ‘로스만(Rossman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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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도로프 피자 맛집과 토벤(Thoben)


독일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도, 사진 속 할아버지처럼 노천에서 차와 식사를 즐긴다. 찬 바람이 불어도 그들은 따뜻한 코트를 걸치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거리 구경을 하시는 듯하다. 겨울 한가운데에서도 노천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가게는 독일에서 잘 알려진 체인 베이커리, 토벤(Thoben)이다. 커피와 빵 가격은 유기농 베이커리나 일반 개인 빵집보다 저렴한 편이고, 매장도 넓다. 이곳의 빵은 식사용보다는 디저트용으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아침이면 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값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고 분위기가 편안해서 어르신들이 가장 자주 찾는 장소 중 하나다.


1000012834.jpg 치보(Tchibo)


그리고 독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게가 바로 치보(Tchibo)다. 카페 같기도 하고, 잡화점 같기도 한 곳으로, 매주 진열된 상품이 바뀐다. 그래서 갈 때마다 늘 새로운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 장화나 비옷, 옷, 장난감, 가전제품, 부엌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 커피도 특히 맛있다. 물건들의 품질도 꽤 좋은 편이라, 가격이 아주 싸지는 않지만 갈 때마다 괜히 손이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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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병원


무엇보다 이 지역에는 수준 높은 병원들이 많다. 고급스럽고 깔끔한 진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베를린 안에서도 의료 환경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그뿐 아니라 은행, 서점, 선물가게, 문장구, 우체국, 헬스클럽, 약국, 미용실까지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타운센터 안에 모여 있다. 그래서 젤렌도로프는 굳이 시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생활이 편리한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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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도로프 역으로 연결되는 계단과 길을 가다 멀리 보이는 이쁜 단풍들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색색으로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금세 몸에 열이 오른다.

카페 앞 테라스에는 날씨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앉아 있고,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들려 있다.

나 혼자 어깨를 웅크린 채 거리를 걷다 보면, 회색빛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베를린의 가을은 색이 짙어가는 가로수 덕분에 길고 느리게 이어지는 듯하다.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면 모든 것이 조금은 지겹게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저마다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쁜 가을아 조금 느리게 흘러도 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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