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베를린 07화

발아래 작은 동판 - 베를린 7

슈톨프슈타이네


베를린은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작은 동판을 만날 수 있다.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발밑에서 반짝이는 빛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아래로 내려다보면 작은 정사각형 금속판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점검용 금속판인 줄 알았는데 글자를 보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모르는 독일어지만 허리를 숙여 읽어보게 된다.


KakaoTalk_20251011_044852577.jpg 슈톨프슈타이네 '걸림돌'

"Hier Wohnte.......히어 보흔터......"

"음....여기 살았다. 그리고 이름이고, 년도...... 그다음은 뭐라고 적은 거지?"


혼자 걷다 자전거가 오는지 두리번거리며, 나는 한참 동안 그 작은 동편을 들여다봤다.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글자들에 결국 번역기를 켰다.


"아..... 추방되었다고? 유대인들의 기록인가?" 그제야 느낌이 왔다.

"역시...... 베를린의 흔적은 다르구나."

누군가의 집 앞, 길 한복판, 사람들의 발밑에서 베를린은 지금도 조용히 기억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작은 동판의 이름은 바로 슈톨프슈타이네(Stolpersteine)이다. 독일어를 직역하면 걸림돌이다. 나치에 의해 추방되고 살해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예술가 '귄터 뎀니히'가 1992년 독일 쾰른에서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는 “한 사람의 이름이 다시 읽힐 때, 그 사람은 완전히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 한 문장이 이 작은 돌들을 유럽 30개국, 10만 개의 거리로 퍼지게 했다.


사진 속 '걸림돌'에는 루스터 가족과 아이헨 가족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여기 살았던 프란치스카 루스터(결혼 전 성 실버만), 1884년생.
1943년 3월 20일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어 살해됨.”

“여기 살았던 하인츠 아이헨, 1917년생.
1939년 크라쿠프(폴란드)로 추방되어 살해됨.”


그들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IMG_8378 (1).jpg 슈톨프슈타이네


자신들을 기억해 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묵직하게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무언가가 천천히 꿈틀거렸다.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지만, 삶 속에서 그 기억을 함께 어우르며 살아가는 베를린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잊힐만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기억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시간 내서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하루 중 집에서 잠시 잊고 있다가, 밖으로 나와 길을 걸을 때마다 다시 마주하게 된다. 기억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 있고, 그들은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그 모습이 마치 삶의 조화로움을 일깨워주는 교훈 같다. 역사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발밑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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