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베를린 08화

돼지기름 - 베를린 8

슈말츠브로트와 오이지

화면 캡처 2025-10-13 024657.png 빵 위에 돼지기름을 바른 슈말츠브로트


빵에 돼지기름을 먹는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 낯설게 들린다.

빵 위에 버터도 아니고 돼지기름을 바른다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도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아주 오래된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지금도 독일식 레스토랑에 가면, 빵과 함께 슈말츠(Schmalz)를 내오는 곳이 있다.


어렸을 때 나는 돼지고기를 먹을 때면 꼭 비계를 잘라냈다.

물컹거리고 이상하게 씹히는 그 느낌이 싫었다.

비계는 늘 남겨야만 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비계가 붙은 고기를 더 좋아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름의 고소함, 그 안에 담긴 깊은 맛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슈말츠를 만났을 때는, 거부감 없이 이상하게도 꼭 먹어보고 싶었다.

차가운 빵 위에 살짝 발려진 돼지기름과 조금씩 붙어 있던 베이컨의 조합은

짭조름하고 고소한 향이 입안에 퍼져서 식은 빵도 맛있었다.

기름인데도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한 맛이 가득했다.


빵 위에 바르는 돼지기름, ‘슈말츠(Schmalz)’는 단순한 흰 기름 덩어리가 아니다.
돼지비계를 천천히 녹여 불순물을 걷어내고, 거기에 잘게 썬 양파나 베이컨 같은 재료를 함께 넣는다. 고소한 향이 퍼질 때쯤 불을 끄고, 따뜻한 기름을 통이나 병에 부어 식히면 하얗게 굳은 슈말츠가 완성된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기름이지만, 안에는 수많은 맛의 조각이 녹아 있다.
양파의 단맛, 베이컨의 짭조름함, 때로는 사과의 은은한 산미까지.
그 모든 향이 기름 속에 스며들어 특유의 깊고 풍부한 맛을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슈말츠를 호밀빵이나 곡물빵 위에 넉넉히 바르고,
그 위에 새콤한 독일식 피클을 한 조각 올리면 ‘슈말츠브로트(Schmalzbrot)’가 된다.
짭조름한 기름과 새콤한 피클의 조화가 묘하게 중독적이다.
기름 한 스푼 속에 담긴 손맛이 독일 식탁의 깊은 맛을 말해주는 듯하다.


KakaoTalk_20250906_161454787.jpg?type=w386 뤼베나우에서 나룻배를 타고 받은 슈말츠브로트와 슈프레발트 오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기름지고 무거울 것 같지만, 의외로 신세계의 맛이었다.

슈프레발트의 작은 마을 뤼베나우에 가면 나룻배를 타는 관광 코스가 있다.

물길 따라 천천히 나아가는 배 위에서 바람이 숲의 냄새를 실어온다.

약 두 시간 정도 되는 코스인데, 출발한 지 삼십 분쯤 지났을 때 배가 잠시 정박했다.


그곳에서 서비스로 나온 것은 빵과 오이지였다.

슈프레발트 오이지를 맛 보여주고 판매하기 위한 시식 코너였다.

빵에는 슈말츠(Schmalz), 즉 돼지기름이 얇게 발라져 있었다.


“이게 뭐지?” 하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기름이 식은 빵 속에서 녹아들며

입안 가득 깊은 풍미가 퍼졌다.

기름인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고,

오이지의 허브 향과 소금기가 어우러져 담백했다.


슈프레발트(Spreewald)는 독일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 남부에 있는 넓은 습지 보호구역이다. 슈프레(Spree) 강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흐르면서 형성된 운하와 숲, 들판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유네스코(UNESCO) 생물권 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그 안에는 여러 작은 마을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뤼베나우(Lübbenau), 뤼벤(Lübben)이다.

뤼베나우는 ‘슈프레발트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중심지 역할을 한다. 전통 나룻배(Spreewaldkahn)를 타고 운하를 따라 마을을 둘러보는 관광이 유명하고, 슈프레발트 오이지(Spreewälder Gurken)도 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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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통 식당 식전 빵과 돼지기름, Konig Pilsener


독일식 레스토랑에 갔을 때, 식전 빵으로 받은 작은 바구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빵이었지만, 한입 먹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묵직한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이상하게도 자꾸 손이 간다.

한 번 먹으면 또 먹고 싶어지는 맛, 바로 그런 맛이다.


그리고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 된다.

청량감이 뛰어난 ‘쾨니히 필스너(König Pilsener)’ 한 모금과

슈말츠브로트 한 조각이면,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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