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라이프

예민보스 총집합! 그래도 육아는 계속 되어야 한다

by 솔직킴

아이 둘을 낳고 첫째와는 다르게 육아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막연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는데 결과적으로 둘째의 육아는 첫째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제일 큰 차이는 생활 속 볼륨과 조명이지 않을까 싶다. 첫째 아이를 키우던 집은 항상 어둡고, 조용했다. 커튼과 블라인드를 잔뜩 내려놓은 채 발걸음 소리도 살살, 말소리도 소근소근, 물 한잔을 먹고 내려놓으면서도 그렇게 조심스러웠다. 그 좋아하는 새우깡을 조용히 입 안에서 녹여먹었다. 재채기 소리가 유달리 큰 남편은 봄철 꽃가루가 날릴 때 내게 숱하게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등짝은 찰싹 때리더라도 혼내는 소리는 소곤소곤 조용하게. “진짜 조심 좀 하라고!”


남편도 나도 어디 가서 지지 않는 예민보스이다. 이 둘의 예민함을 안고 태어난 첫째 아이는 모든 것에 예민했다. 현관 센서등에 방에 있는데도 눈을 번쩍,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에 또 번쩍, 하다 못해 문을 다 닫은 집 안에서 옆 동의 이삿짐 센터 사다리 오르락내리락 하는 소리에도 잠에서 깨곤 했다. 안 그래도 품에 안아 잠드는 데까지 20-30분은 족히 걸리는데 겨우 잠을 재운 후 그런 자극에 아이가 깨어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집 안으로 숨어든 그 때, 우리는 더 조용히 더 어둡게 아이를 길렀다. 예민한 아이는 그런 환경 속에서 더 뾰족하게 자극에 반응했다. 아이가 잘 때 자신 있게 대화를 나누기까지 꼬박 3년은 걸린 것 같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은 둘째 아이가 잘 때 청소기를 돌린다. 그것도 초강력으로. 그 뿐인가. 캡슐커피도 내리고, 믹서기로 과일도 갈아 먹는다. 아이가 100일쯤 우리집에 초대 받아온 육아동지는 “언니, 뭐 애 잘 잔다고 차력쇼 해요?” 라고 해 내 어깨를 바짝 치켜 세워줬다. “응. 맞아. 나 차력쇼해! 우리 딸 순둥이거든.”


둘째 아이가 정말 기질적으로 순하고 예민하지 않아서 이런 차력쇼가 가능해진걸까? 아니다. 둘째도 첫째 아이 못지 않게 예민하다. 자는 모습을 지켜보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눈을 뻔쩍 뜨는 걸 여러 번 본다. 하지만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는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스스로 잠을 청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빛이 있는 곳에서는 잘 자려 하지 않아 낮잠을 잘 땐 꼭 커튼을 친다. 밤에도 수면등 하나 정도만 켜고 집 전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잔다. 물론 첫째에 비해 유순한 면이 있긴 하지만, 아직 까지는 기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로 보인다. 결국 차이는 육아의 태도를 바꾼 것에서 비롯한다. 아이의 반응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응당 가져야 할 좋은 생활의 습관을(이라고 쓰고 엄마아빠가 키우기에 수월한 습관 이라고 읽는다) 기준으로 삼아 아이의 생활환경을 조성한 것이 지금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처음 만난 갓난아기의 예민함에 잔뜩 겁을 먹고, 그저 최소한의 자극으로 변수를 줄이려던 노력만 했던 서툰 부모의 모습이 둘째를 낳고 나서야 보인다. 아이가 스스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차단했던 실수가 뼈 저리게 아팠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이의 울음이 두렵고 괴로웠던 그때와 달리, 지금 조금 우는 편이 나중에 서로 길게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확실히 아니까 말이다. 실제로 둘째 아이의 울음은 아이의 울음 소리가 두렵고 걱정만 되었던 첫째 때와 달리, 일단 너무 작고 앙증맞고 귀엽게 느껴져 ‘으이구’ 하고는 웃음부터 나온다. (이런 말 하는 둘째 엄마들 다 거짓말쟁이들 같았는데, 정말로 그런 순간이 잦아서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둘째 육아 차력쇼를 하면서 여섯 살이 된 첫째 아이를 본다. 이제는 제법 자라 혼자 자기 방 자기 침대에서 잠도 자고, 아침에 홀로 깨도 울지 않고 조용히 엄마를 찾아와 엄마를 안아준다. 가끔은 밝은 거실 조명 아래, 동생이 고성을 지르는 중에 잠이 들기도 한다. 어둑한 집안, 매일 소곤소곤 이야기 하는 엄마아빠 품에서 자란 그 예민아씨가 가끔은 털털하게 마저 보이는 여섯 살로 자라며 우리에게 준 것이 너무 많다. 그 중에는 복식호흡(소리칠 일이 좀 있다), 다크서클(고질적인 수면 부족) 같은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행복, 웃음, 감사, 그리고 지혜다. 둘째를 기르는 대부분의 지혜와 노하우는 첫째로부터 왔으니 어둡고 조용했던 그 시절의 육아가 그렇게 침울하지 만은 않게 기억될 것이다. 가끔 첫째를 지금처럼 길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 없는 후회를 해보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 첫째의 반짝임과 독특한 정서 역시 그 육아로 형성된 것을 알기에 후회는 하지 않기로 한다. 비슷한 기질의 다른 아이를 길러내는 기쁨으로 승화 시키리.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