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 응, 쫄!
며칠 전부터 밤에 잠을 잘 못 이뤘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아서 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어지럽혔던 건 건강검진이었다.
부모님을 비롯해, 유독 주변에 조금씩 그리고 꽤 많이 아픈 이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건강을 자부하며 살아왔음에도 마음이 약해졌고 두려움이 스물스물 자라났다.
얼마 전 이십년지기 친구들을 만났는데 우연히도 다들 건강검진을 받고난 직후였다.
자궁이나 난소 건강, 매년 받는 위 내시경 이야기, 당뇨와 혈압까지 우리가 평소 나누던 대화의 주제가 아니었음에도 열을 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운동이라고는 담을 쌓고 살던 친구들임에도 살겠다고 헬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나이를 실감하고 분발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맴돌았고, 그저 얼른 검진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검진을 받으러 다녀왔다.
검진표를 들고 여기 저기 검진을 받으러 돌아다니며 마음이 두근거렸다.
가족력 때문에라도 걱정했던 위내시경은 일부러 비수면으로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이상소견이 없어서 한시름을 놓았다.
아이를 낳고 나름 건강관리를 해서 인지 대사나 생활습관면에서는 칭찬도 받았다.
2주 뒤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어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쫄?"
대답은,
"응, 쫄..."
건강을 염려하고 혹시라도 어디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나 두려워하는 마음은 바꾸어 말하면 삶에 대한 애착이다.
얼마전 다시 읽은 <보이는 어둠>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던 부분이 있다.
우울증으로 서서히 삶에 대한 애착을 잃고 스스로 택하는 죽음에 다가가던 저자가 무심코 보고있던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머물고 있는 집에 가득했던 삶의 추억, 가족들과의 시간, 활기찼던 날들의 기억이 물밀듯 소환해낸다. 다시 생의 의지를 찾았던 찰나의 순간이었다. 에밀리 디킨슨의 "웃음과 능력과 한숨 / 프록코트와 곱슬머리들 / 소년과 소녀들"의 시구로 치환되는 회상이 몰려오는 그 순간, 그의 마음. 그 부분을 다시 이렇게 적는 것만으로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생기, 활력으로 가득찬 삶에 대한 생생한 기억. 아직 추억이라고 부르기에는 진행형인 내 삶의 생동. 그러한 삶에 대한 열망과 사랑과 의지가 내게는 있구나. 그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마음이 절절할 만큼 아픈 걸 보면 나는 그것을 아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쫄았구나.
더욱 건강해야겠다. 나를 아끼고 돌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