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만 할 것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이 노래가 듣고 싶은 날들이 있다. 고단한 현실에서 한발짝 떨어져 잠시 뒤돌고 싶을 때.
에라, 하고 다 놓고서 그냥 한없이 탁 트인 자연을 들이 마시고 싶을 때.
지난 가을, 가족들과 함께 하룻밤 멀지 않은 교외의 시골집에서 보내고 왔던 날이 있었다.
고단한 현실을 고스란히 안고 갔음에도 나무와 풀, 다른 공기에 한숨 돌리는 시간은 한동안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여행은 잠깐 동안의 풍경과 공기의 변화로 삶의 탁함을 환기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어쩐지 모르게 치열한 나날들 속에서 여행을 떠올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여행을 위한 노력이 즐겁게 느껴지지 않아서 시작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차라리 매일을 좀 더 꽉 채우는 것이 여행보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2, 30대의 어느 부분은 마치 여행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제 여행을 가야겠다.
일상과 거리를 두고 나를, 우리를 좀 차분히 돌보고 놓아줄 필요를 느낀다.
따뜻한 바다도 좋고, 차갑고 어두운 숲 속도 좋고, 뜨거운 모래도 좋겠다.
평소 놓지 못했던 목줄을 풀고 온전히 자유롭게, 무엇을 정말 좋아하고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나도, 나의 가족들도 느끼고 말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우리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드는 시간, 그 시간을 계획하며 이미 조금은 빛이 스며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