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건강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지내다가 건강검진일자가 가까워지면 그동안 해왔던 몸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들이 떠 올라 슬슬 불안해진다. 수면부족, 과식, 과음,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이 연속되는 생활이었다.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건강 검진 후 결과지를 받았는데 맨 앞장 요약표에 크게 주의할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휴~’ 하고 안도의 한 숨을 내 쉰 뒤 세부 내용은 대충 훑어보고 덮는다. 좀 더 무리해서 지내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건강검진 결과지의 요약내용을 넘겨보면 각 항목별로 자세한 지표, 안전범위, 결괏값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는 오랜 기간 동안 인체의 신비에 대해 연구해왔다. 우리가 받아 든 건강검진 결과지에 나오는 지표들은 하나하나가 위대한 과학자와 의학자들의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관리는 질병의 원인을 아는 것이 핵심이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갑자기 아침에 쓰러져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되었다(결과) >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뇌경색) 산소공급에 문제가 생겼다(원인 1) > 혈관에 혈전이 있었다(원인 2) > 혈당이 높았다(원인 3) >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즐겼다(원인 4) 하는 식이다.
이 경우 몸에 문제가 생긴 근본 원인은 해로운 식이 습관이다. 해로운 식이 습관이 뇌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원인과 결과를 찾아내고, 뇌경색을 일으키는 전조 지표인 식이습관, 혈압, 혈당, 체중,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경동맥 등을 평소에 점검하면 뇌경색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들을 미리 알 수 있게 되어 건강관리에 매우 유용하다.
신체 건강검진은 크게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비뇨기, 신경/골격/근육, 내분비, 면역 등의 계통을 점검한다. 호흡기는 공기를 들여 마셔 산소를 받아들이고 몸 안에 있는 이산화 탄소를 내뱉는 역할을 한다. 코, 입, 기관지, 폐, 허파꽈리, 심장, 혈관 등이 이에 포함된다. 순환기는 신선한 산소와 영양물질을 전신에 공급하고 전신의 세포 대사 결과 노폐물을 걷어들여 폐기하는 계통이다. 폐, 소화기, 혈관, 림프관, 림프절, 심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화기는 입으로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여 영양소를 흡수하고 폐기물은 배출하는 계통으로 입, 위, 십이지장, 췌장, 간, 담낭, 비장, 신장, 소장, 대장 등이 이에 속한다. 비뇨기는 체내 대사 활동 결과 생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고, 수분조절 및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신장, 요관, 방광, 요도 등이 이에 속한다. 신경/골격/근육은 신체의 기능적 움직임을 담당하는 계통이다. 신경망, 뇌, 뼈, 근육 등이 있다. 내분비는 호르몬 물질의 조절을 하는 계통으로 뇌하수체, 갑상선, 흉선, 부신, 췌장, 정소/난소 가 이에 속한다. 면역계는 신체에 침입한 해로운 요소에 대항하는 경찰과 군대 역할을 한다. 림프절, 백혈구, 비장 등이 이에 포함된다.
건강검진 항목은 질병의 원인 인자들의 위험 정도를 미리 측정하여 모니터링하는 의미가 있다. 혈액, 소변, 대변, 혈압, 초음파, X-ray, CT, MRI, 내시경, 운동부하검사, 자율신경 균형검사, 문진 등의 방법을 통해, 혈압, 혈당, 체중, 경동맥, 적혈구, 백혈구, 인슐린 등 수많은 질병 원인 위험인자들을 사전에 모니터링할 수 있다.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의 항목 하나하나의 의미와 추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