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바람에 떨어진 낙엽의 향기가 묻어 날아온다. 계절이 변한다. 여름이 오는 것을 느끼며 '큰일이다. 다음 겨울은 언제쯤 올까.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우려나'하며 걱정했던 게 얼마 전인 것만 같은데 말이다. 매미소리 시끄러운 무더운 여름은 무화과와 함께 어느새 지나가버렸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붉은색 노란빛으로 잎들은 아름답게 물들었다. '이제 밖에서 걷기 딱 좋은 날씨네'라고 생각했던 그 온도는 벌써 지나가버리고 차가운 바람이 볼을 시리게 만든다. 붕어빵 가게 앞에는 3천 원을 손에 쥐고는 붕어빵 한 봉지를 품에 안아갈 생각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어느덧 겨울이 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변할 때면 변화하는 온도와 분위기에 맞춰 제철의 영화를 찾게 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른 음식이 생각나고, 다른 장소에 여행을 가고파 지는 현상과 같이 말이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특정한 계절이 오면, 한 해의 특정한 시기가 되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분명 영화에서는 향이 나지 않는다. 물론 온도와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오감으로 감상했던 영화가 있고, 그런 오감을 느끼는 순간을 다시 마주할 때면 마치 데자뷔와 같이 그 영화가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여름의 시끄러운 매미 소리와 시원한 매실차라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비가 쏟아지는 밤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따끈한 우동 국물이 당기는 차가운 겨울날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계절에 맞는 제철 영화를 보다 보면 물론 몇 번이나 본 영화를 다시 또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떠오른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자면 '아 그래, 나는 이 영화가 그리웠어'라는 깨달음과 함께 '이번 여름도 잘 보냈구나'하며 그 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순간순간이 더욱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그렇기에 당신이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만끽할 수 있게끔 계절별 영화, '계절영화'를 추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