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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루 Apr 18. 2023

아 맞다 용기도 습관이었지

10. 퇴사 후 감정



비장했던 내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방황하는 모습을 못 봐주겠다는 용기의 말에





미용실에서 딱히 반기지 않는

지나친 머리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내가 1년 만에 미용실을 갔다.


뒤로 젖힌 고개에

축 쳐지는 나의 무거운 머리칼들이

하늘을 좀 더 보게끔 해준 건 감사한 일이다.


고개를 숙이면 아래에 시선을 좀 더 머무르게 하던

이 무거운 머리칼들에게도 어쩌면 감사한 일이다.


하루에 수십 번씩 꿈을 이룬 내 모습을 상상하며

위를 바라보고 ‘희’를


다시 현실과 맞닿을 때의 괴리감은

아래를 향한 거센 ‘비’를 내리게 했다.


머리를 넘기다가 손에 걸려 끊어지는 머리칼에도

무심했던 이유는 아마도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널브러져 있던 퍼즐에

때론 푸념의 조각으로, 때로는 불안의 조각들로

시작점을 잡은 탓인지 용기를 낼 자신이 없다가

지난날 내가 쓴 글들을 모아봤다.


‘아 난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네.

묵묵히 내가 썼던 글들이 말해주고 있네.‘


그제야 애꿎은 용기가 말하길

‘이젠 위아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정말 앞만 보고 달려갈 때야. 그 애석한 머리칼을 가볍게 쳐버리자.

기특한 불행에 온 걸 환영해.‘


등허리 아래까지 펼쳐지던 푸석하고 갈라진 머리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 다시 일어나야겠다.

나의 인생 2막은 아마 지금일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나의 머리와 더불어

가벼운 발걸음에 가속도를 붙일 준비가 되어있다.


내가 가는 길이 '정도'의 길이겠거니.


아 맞다 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지.

용기도 습관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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