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기루 Apr 03. 2023

괴리감과 친해져 볼까

9. 퇴사 후 감정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고 그랬는데.


눈을 감는다. 나의 이상이 뭘까?




암막 커튼에게 감사하다며 어둠을 재끼고 일어난다.

몇 신지도 모른 채 일어나는 아침은 영원히 달콤할 것 같다.


AM : 10 : 30


오래된 친구가 준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을 켜고 머리맡에 엎어져있던 책을 뒤집어 한 구절을 읽는다.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무언가 배울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느긋하게 커튼을 젖히고 아침을 반기는 세상을 만끽한다. 미세먼지 좋음 표시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고서 책상 위의 노트북을 킨다. 자유에 여유로운 미소 한 번 내비쳐주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흐름을 확인하다가 어떤 아이디어를 낼지 자꾸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다 잠이 덜 깬 건지 멍을 때리는 나를 다그치며 거실로 나간다. 커피 머신 앞에서 캡슐 커피의 색을 고르다 빨간색을 고른다. 빨간색이 좋아지게 된 이유는 아마 주식장의 붉은 물결 덕분인가 싶다. 요샌 가치 투자 공부를 한다. 적적해서 평소에 눈독 들이던 밀라네 빵집을 가서 무화과잼이 발린 롤을 구입한다. 사고 오는 길에는 밝은 하늘에 감사를 표한다. 비 오는 날에 한쪽에 빵을 들고 한쪽 손에는 우산을 들었을 테니 번거로울 테니까.


할머니와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코를 찡긋한다. 꼬리를 사정없이 흔드는 거 보면 사람들을 좋아하는 강아지인가 보다. 친구네 강아지 중에 주인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는데 그 강아지가 생각이 난다.

막 다른 길에서 평소에 꿈꿔온 자동차가 내 앞을 지나갔다. 검색해 보니 곧 부채 없이 넉넉하게 살 수 있다는 기쁨에 한 번 더 코를 찡긋한다. 사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렇게 눈을 다시 떴다.

'아 나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

상상만 해도 즐겁던 나의 꿈은

다시 괴리감이 자리를 잡았다.

’뜬구름 잡는 소리‘

점차 나는 퇴사를 하고 이 괴리감을 쫓아 현실과

이상을 번갈아가며 마주했는데

괴리감은 내게 ‘이 격차를 좁히면 되잖아. 너를 진정 믿는다면 나 따위는 가소로울 지경일지도 몰라. 아니면 날 발판 삼아서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게 무의식을 장착하던지. 꿈을 이룬 사람은 분명히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

이전 08화 열등이 그리는 명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