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기루 Mar 29. 2023

열등이 그리는 명품

8. 퇴사 후 감정



난 명품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의 세상이 정말 궁금했다.


돈이 남아도는 사람일까

금수저일까

오늘만 사는 사람일까

세상에 명품만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플레이션 시대에 통화량 증가도 한 몫하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서비스에 소비하는 게 쉬워졌다. 직장인들의 월급이 거기서 거긴데도 명품은 너나 할거 없이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말도 덩달아 쉬워졌다. 어디 법에 적혀 있어서 암묵적으로 다 동의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대로 강행시키지 절대 반대표를 들진 않았다.


명품을 좋아한다고 눈살을 찌푸리진 않는다.

다만 내가 이해가 안 되는 영역은 무리를 하고

악을 쓰면서까지 최대한 최저가를 서치하고

그 명품을 사고 싶나 해서

카드 할부로 사는 게 진정 잘 사는 길인가 해서

그렇다고 일시불이나 현금으로 값을 치렀다고

뿌듯해하는 것도 좀 묘해서


대학생 때 ’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책을 읽고 나서는 더더욱 관심의 밖 영역이 됐다.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 한다는 띵언은

참 인상 깊던 한 줄이었다.

하지만 그 한 줄이 희미해졌던 직장인 3년 차엔 열등이 종종 물질적 명품을 부르기도 했다.

이 나이쯤 되면 명품가방 하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열등은 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건 자신도 가져야 한다는 편협하고 어린 사고를 가진 체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느 날은 갖고 싶었다. 열등의 말대로 괜히 옆사람의 명품가방에 주눅 드는 면이 정말 있는 것 같아서 내 딴엔 큰돈으로 15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 구입할 때는 ‘대단한 일을 치렀지만 결과는 안 나오는 느낌’의 찝찝한 자립심을 느꼈는데 후엔 그 감정이 맥락에 따른 휘발성 행복이었다는 어눌한 후회를 얻었다.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한다면 좀 더 긴 행복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굴복하던 내 모습이 좀 더 길게 머물렀다.


열등은 단지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보이는 거에 무척 신경을 썼다. 그래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감정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정녕 자신보다 중요한 게 남들의 시선인 부분은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인간은 소속감을 통해 안정을 찾고 그 무리에서 또 평범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군중심리로 들어간다.

그래서 이젠 평범이라는 틀이 무섭다. 저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특별하지 않으나 평범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20만 원짜리 아더앤드 가방이 더 예쁠 뿐이고 여행지에서 사 온 그곳의 의미 깊은 엽서가 더 매력적일 뿐이다.

이전 07화 가난이란 말만 들어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