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퇴사 후 감정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고 그랬는데.
눈을 감는다. 나의 이상이 뭘까?
암막 커튼에게 감사하다며 어둠을 재끼고 일어난다.
몇 신지도 모른 채 일어나는 아침은 영원히 달콤할 것 같다.
AM : 10 : 30
오래된 친구가 준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을 켜고 머리맡에 엎어져있던 책을 뒤집어 한 구절을 읽는다.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무언가 배울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느긋하게 커튼을 젖히고 아침을 반기는 세상을 만끽한다. 미세먼지 좋음 표시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고서 책상 위의 노트북을 킨다. 자유에 여유로운 미소 한 번 내비쳐주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흐름을 확인하다가 어떤 아이디어를 낼지 자꾸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다 잠이 덜 깬 건지 멍을 때리는 나를 다그치며 거실로 나간다. 커피 머신 앞에서 캡슐 커피의 색을 고르다 빨간색을 고른다. 빨간색이 좋아지게 된 이유는 아마 주식장의 붉은 물결 덕분인가 싶다. 요샌 가치 투자 공부를 한다. 적적해서 평소에 눈독 들이던 밀라네 빵집을 가서 무화과잼이 발린 롤을 구입한다. 사고 오는 길에는 밝은 하늘에 감사를 표한다. 비 오는 날에 한쪽에 빵을 들고 한쪽 손에는 우산을 들었을 테니 번거로울 테니까.
할머니와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코를 찡긋한다. 꼬리를 사정없이 흔드는 거 보면 사람들을 좋아하는 강아지인가 보다. 친구네 강아지 중에 주인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는데 그 강아지가 생각이 난다.
막 다른 길에서 평소에 꿈꿔온 자동차가 내 앞을 지나갔다. 검색해 보니 곧 부채 없이 넉넉하게 살 수 있다는 기쁨에 한 번 더 코를 찡긋한다. 사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렇게 눈을 다시 떴다.
'아 나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
상상만 해도 즐겁던 나의 꿈은
다시 괴리감이 자리를 잡았다.
’뜬구름 잡는 소리‘
점차 나는 퇴사를 하고 이 괴리감을 쫓아 현실과
이상을 번갈아가며 마주했는데
괴리감은 내게 ‘이 격차를 좁히면 되잖아. 너를 진정 믿는다면 나 따위는 가소로울 지경일지도 몰라. 아니면 날 발판 삼아서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게 무의식을 장착하던지. 꿈을 이룬 사람은 분명히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