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퇴사 후 감정
누군가는 가난을 모르고 자랐을까 봐
또 누군가는 가난이란 단어만 들어도 시릴까 봐
가난이란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를 주저했다.
가난은 움츠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저 착하게만 살아왔다던 가난은
나이가 들수록 의아했던 첫 번째가
오히려 악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잘 사는 경우랬다.
모든 사람을 겨냥한 말은 아니라며
손사래 치면서도 눈빛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 불만이 자격지심인 건지
착한 자신이 어쩌면 멍청했다는 건지는
자신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두 번째는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비판했다.
인간의 본래의 성질은
저마다 고유하고 특별한데 틀에 박힌 사상으로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평가를 하는 게
최대의 난제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에 80% 정도
차지하는 게 이 이유라나 뭐라나.
세 번째는 제시간에 하고 싶은 걸
못할 때라고 했다. 여생을 다 바쳐 자신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쓴 사람이 태반인 것도
모순이면 모순이라고 했다.
가난은 어제도 부모님이 돈 때문에
싸운 걸 목격한다.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가난이 제일 부러워하는 애는 여유라고 했다.
자신과는 결코 나란한 길을 갈 수 없는 걸 안다면서 한 번은 꼭 마주해보고 싶었으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가난은 한 때, 세상에 대한 분노로 그득 찼는데 그 분노가 오히려 자신과 잘 맞는다고 했다. 분노와의 합작을 기대하란 말을 마지막으로
가난과 분노는 손을 맞잡고
여유로움이 만들어놓은 계단으로 묵묵히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