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퇴사 후 감정
조용한 오솔길을 지나올 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던 건 ‘스스로의 안정’을 찾지 못해서였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고 손톱을 물어뜯고 거슬리는 머리칼 한가닥에 집중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안정 테두리는 낯선 사람이 대충 끄적인 거라 그 틀에 고개를 숙이고 손을 움츠리며 귀를 닫아야 덜 불안정할 수 있었다. 편안해야 할 장소가 결코 편할 수 없는 어딘가 자꾸 찜찜한 곳.
손톱을 노랗게 물들이는 걸 알고도 오렌지를 까고 있는 우리처럼. 다른 색을 입히는 걸 알고도 보상이 더 크다는 생각에 조그마한 스크래치 따위는 별난 일이 되지 않는 것처럼 일상에 무섭게 스며들었다.
위태로웠고 위험했다. 사실 그 안정 테두리의 틀에 유난히 안 맞았던 날이 덜 위험한 날이라고 가히 추측해 본다. 벗어날 단 하나의 길을 상상이라도 해봤을 테니까
낯선 이를 추종한 안정은 자신이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가벼움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이 점점 공포스럽다고 했다.
안정에게 늦은 고백을 해도 된다면
’ 낯선 이의 추종을 받은 네가 제일 위험한 애야.
누군가 만들어놓은 안정의 틀에 너를 맞추지 말아. 너 스스로가 손을 뻗고 귀를 열고 고개를 들어서 이 세상과 마주해. 낯선 이가 만든 안정 테두리보단 네가 모르는 사이에 그려지는 후광이 더 멋스럽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