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자연과 정치 (17)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코파카바나 해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붙어있는 이파네마 해변과 더불어 보사노바 음악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다. 나폴리·시드니와 더불어 세계 3대 미항이라더니, 산과 호수 등이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모습이다.
리우에서의 3일간, 코파카바나 해변 인근의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 딸이 예약을 담당하고, 노모가 청소 등 실질적인 운영을 하는 형식이다. 노모는 포어 밖에 구사하지 못해 전혀 소통이 불가능했지만, 환한 미소나 깨끗한 숙소 관리 등을 보았을 때 능히 성실함과 인품을 느낄 수 있다.
밤이 되자마자 본격적으로 쌈바와 보사노바 가락을 찾아다녔다. 첫날에는 리우의 최고급 공연 Roxi Show를 관람하였다. Roxi Show는 단순한 쌈바 공연이 아니라, 브라질의 역사·지역·문화 전반을 집대성해 꾸민 2시간의 초대형 공연이다.
상파울로를 표현한 무대는 현재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브라질 경제를 한편의 뮤지컬처럼 보여주는데, 영화 시카고가 떠오를 정도로 세련된 무대이다. 또한 브라질 내지 커피 농장의 하루를 보내주는 무대 역시 뮤지컬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흑인 노예를 비롯한 가난한 이민자들의 고난을 느낄 수 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구·카포에이라·보사노바 등을 주제로 한 공연도 이어진다. 보사노바 공연의 경우, 두 사람의 가수가 클래식 기타 하나만으로 청중을 휘어잡는다. 그 유명한 ‘The girl from Ipanema’와 ‘Chega de saudade’등을 연주하는데, 분위기가 압권이었다.
마지막은 역시 쌈바 공연이다. 화려한 장식의 쌈바 복장의 무용수들이 출연해 화려한 마무리로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다음날 저녁에도 보사노바 공연을 찾았다. 따로 라이브 공연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해변가 식당마다 보사노바 연주자들이 높은 수준의 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보사노바 가락에 해변가 산책이 즐겁다.
그중에서 레스토랑 <Bib Bib>은 식당 앞에 사람들이 운집해 식당 안의 공연을 들을 정도로 유명하다. 흥이 돋은 관객들이 식당 앞 거리에서 각자의 쌈바 실력을 뽐낸다.
흥겨운 가락은 낮에도 이어진다. 시티 투어 중 쉐라톤 계단 앞에서 남녀 연주자의 길거리 버스킹이 있었는데, 역시나 관객 참여형이다. 모르던 사람들이 다 같이 어우러져 쌈바를 추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시내투어에서 만난 가이드 보는 쌈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리우의 모든 학교마다 쌈바 공연을 연습하기 때문에, 브라질사람이라면 누구나 쌈바 가락에 춤을 출 수 있다고 한다. 모든 브라질 인이 글자를 읽을 순 없더라도, 쌈바 춤은 다 출 수 있는 것 같다.
리우 지역의 축구팀 플라멩고의 축구경기가 틀어져있는 TV앞에서 쌈바 춤을 추는 브라질 사람들의 모습이, 브라질의 정체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