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자연과 정치 (15)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짧은 일정을 뒤로 하고, 이과수 폭포로 향한다. 이과수 폭포 투어는 현지 가이드와 1:1 프라이빗으로 진행한다. 내가 엄청 부유해서가 아니라, 일행인 김·이 두 선생님이 고된 일정으로 투어를 포기하고 쉬시겠다고 하면서 우연찮게 성사된 것이다. 한명의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20-30명의 그룹들 사이에서 1:1 투어를 하니 어딘가 으쓱하다.
투어는 맨 상부에서 악마의 목구멍을 구경하고, 이어 중간 루트·하단 루트 두 곳을 둘러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각 코스에서마다 보이는 이과수의 정경이 모두 다르다. 상부의 악마의 목구멍에서는 압도적인 수량의 이동에서 오는 거대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일견 무섭기도 하다. 가이드에 따르면, 악마의 목구멍에 홀려 투신하는 사람이 일 년에도 수명씩 발생한다고 한다.
이해가 된다. 물이 떨어지는 것을 넋을 잃고 보고 있으니 저 거대한 에너지와 합일하여 하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중간 루트에서부터는 상단에서 볼 수 없던 이과수의 정경이 펼쳐진다. 넓이가 어찌나 넓고 폭포가 많은지 하나의 거대한 병풍 같다. 가이드에 따르면, 폭포의 총 개수는 250개 정도라고 한다.
하단루트에서 하얼빈에서 왔다는 중국인 무리를 만났는데, 가이드가 무척 반가워한다. 가이드의 조상은 폴란드계로, 스탈린 시대 소련에 의해 강제로 동방으로 보내졌다는데, 이후 하얼빈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아 수십 년간 그곳에서 거주하다 브라질로 일가가 이주했다는 것이다.
이산가족과 상봉한 듯, 자신의 족보를 중국인 무리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자고도 한다. 뿌리에 대한 집착은 유교문화권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폴란드계 브라질인에게서 뿌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니 놀랍다. 하얼빈에 살면서 일가 DNA에 유교 마인드가 새겨지기라도 한 것일까.
이과수 투어는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하루는 아르헨티나 사이드에서 다음날은 브라질사이드에서 보는 것이다. 브라질 사이드에서는 보트투어와 헬기 투어 두 개의 투어를 진행했다.
헬기투어는 가격과 기대치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아르헨-브라질-파라과이 3국에 걸쳐있는 폭포의 전경이 일품이었으나,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은 아쉬웠다.
반면, 보트 투어는 실제 폭포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추천할 만하다. 물안경을 끼고 가면 폭포수 안에서도 눈을 뜰 수 있다. 몸이 다 젖을 거라는 예측을 하지 못하고 들어가서 일부 낭패를 보기도 했는데 1,000불 현금이 들은 전대가 다 젖어버린 것이다. 말리느라 고생 좀 했다.
이과수 폭포에서, 미국 그랜드캐니언과 몽골의 초원지대에서 느꼈던 호연지기, 그리고 숭고미를 다시 한 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