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자연과 정치 (16)
브라질은 불안한 치안으로 악명이 높다. 리마, 산티아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대부분의 남미 도시가 소매치기가 기승인데, 이들 도시의 치안상태가 그저 소매치기 수준이라면, 브라질의 상파울로와 리우의 치안상태는 무장 강도 수준이다. 특히 외모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동양인 여행객은 쉽게 타깃이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강심장 여행객이 아니면, 홀로 브라질을 여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브라질을 방문한 이유는, 단순히 호승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평소 보사노바 등 쌈바 리듬에서 파생된 서정적이면서도 정열적인 브라질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춤과 음악 외에도 카포에이라·축구 등 강렬한 에너지가 분출하는 독특한 문화 자산을 짧은 역사 속에서 이루어낸 브라질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평균적인 동양인보다 조금 편하게 영어·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브라질 방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막상 공항을 나서 도심에 들어서니,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일단 항공에서부터 변수가 생겼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이과수에서 바로 리우로 이동했어야하는데, LATAM 항공 지연도착으로 인해, 상파울로에서 리우行 항공편을 놓치게 되어 불가피하게 상파울로에서 하룻밤 머물게 된 것이다.
그래도 항공사가 양심적으로 공항으로의 왕복 택시비용 및 호텔 숙박 및 식사 일체를 제공해 주었다. 해서 새벽 1시, 항공사가 지정한 택시부스로 이동해 바우처를 받고 상파울로 도심에 있는 호텔로 이동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완전히 이상했다. 주말에 상파울로 도심에는 강도밖에 없다더니, 허름한 도로 주변 콘크리트촌의 스산한 분위기에, 차도 없고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택시기사에게 영어와 스페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포르투갈이 스페인 이웃국가기에 80%정도는 언어가 유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 실책이었다.
새벽의 상파울로 택시에서 느낀 위험도는 작년 러시아 여행 당시 북경 택시에서 느낀 불안감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브라질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아침에 만난 호텔직원과 택시기사의 환한 미소가 안도감을 불러 일으켰다. 브라질이라서 또는 중국이라서가 아니라, 숙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 외국의 새벽 택시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불안감이었던 것이다.
당시는 불안해서 아침에 호텔에서 바로 공항으로 향했는데, 지나고 보니, ‘마침 상파울로에 온 김에 아침에 우버라도 타고 도심 구경이라도 할 걸’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온전히 마지막 여행지 리우 데 자네이로에 도착하니 감개 무량하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데 멀리 그 유명한 그리스도 구속자상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