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기 (5)

Daniela 가족과

by 서초패왕

어느덧 약속시간이 다 되었다. 최열음씨가 전날 만난 Daniela 가족과의 약속이다. 종교적 이유로 Daniela와 동생은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이수하고 있었고, 가장인 아버지는 고등학교에서 독일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라고 한다.


확실히 대부분의 멕시코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들 가족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함께 시내를 다니며 멕시코 역사, 문화, 정치 등 다방면에 대해 폭넓게 대화하며, 멕시코 시민들의 생각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알라마다 공원을 지나와 예술궁전에서 그들 가족을 만났는데, 4명의 가족 전체가 와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일가는 우리가 원하는 곳이 있으면 그 곳 투어를 해주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바로 앞에 예술궁전이 있어, 바로 들어갔다. 예술궁전도 인산인해였다. 매주 일요일은 멕시코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박물관이 모두 무료라,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배낭 여행객들에게 멕시코의 일요일은 미술관 투어를 하는 날이다. 외부부터 내부까지 모조리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곳의 지반은 예술궁전의 육중한 무게로 인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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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는 고대하던 작품인 시케이로스의 [신민주주의]를 만났는데, 사진으로 접했을 때의 기백보다 서너 배의 힘이 느껴진다. 빈곤과 억압의 사슬로도 묶여지지 않는 멕시코 민중의 혁명을 향한 집념과 강인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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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궁전 관람 이후 우리는 다시 소칼로 쪽으로 이동해 멕시코 토속 음식을 먹고 카페로 이동해 환담을 나누었다.


15세 청소년인 Daniela는 홈스쿨링만을 계속해 어딘지 외로워보였다. 열음씨와 만난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K-POP과 한류를 좋아한다고, 한국인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데리고 나왔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류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럼에도 호기심이 왕성한 그녀는 아시아 문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고, 나는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다양한 문장을 만들어가며, 그녀와 스페인어로 소통하였다. 그녀의 아버지와는 멕시코 정치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멕시코 정치에 대해서는 환멸을 느끼고 있었지만, 멕시코 혁명과 문화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멕시코 영화 3대 거물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Amores Peros]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면서도 아이들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가기는 어렵겠다고 손사래쳤다.(*성인 대상 작품이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6월의 멕시코는 우기인지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쯤 거세진 비가 잦아들자, Daniela 일가는 우리를 그들의 집으로 초대했고, 우리는 흔쾌히 그들의 집으로 이동했다.


멕시코시티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그들은 멕시코 중산층인 듯 보였는데, 집의 규모나 내부모습은 선진국 기준에서는 아무래도 남루하다고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가정의 보금자리는 아늑해보였다. 특히 집에 개들을 여러 마리 키우며 함께 사는 모습이었는데 영화 <Amores Peros> 나오는 그 장면 자체였다.


외지인인 우리를 가족의 따뜻한 공간으로 초대해 준 것은 무척이나 고마웠으나, 개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영 익숙지 않았던 우리는 곧 나와 가족이 추천하는 주변 타코집에서 저녁을 함께 들었다.


일가는 이것이 멕시코 인들이 먹는 진짜 멕시코 음식이라고 하며 음식을 권하였는데, 여전히 기름진 멕시칸 real taco는 입맛에 잘 맞지 않았다. 여전히 지성과 영혼은 충만하지만, 육신은 배고픈 멕시코 여행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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