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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Mar 29. 2023

사회적 상황에서의 대인 행동

심리탐험가 김홍채의 칠순 기념 글 모음집(대인관계 심리 탐구)

3편 대인관계 심리탐구: 상황과 관계 유형 편


제5부 사회적 상황에서의 대인 행동


친 사회적 행동-공감과 배려, 도움 행동/ 188

반사회적 행동- 공격행동(aggression)/ 195

권위와 복종(Authority & Obedience)/ 202

태도변화와 설득

-1) 태도 형성/ 206

-2) 설득에 의한 태도 변화-설득 커뮤니케이션/ 212

-3) 설득의 정보처리 과정과 심리적 저항/ 217

-4) 설득 커뮤니케이션 기법/ 222
 




친 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 

- 공감과 배려, 도움 행동



 친 사회적 행동이란 사회의 규범에 따라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행하는 행동으로서 친절한 행동, 동정심 발휘, 협력적 행동, 도움 행동 등입니다.


1. 공감(empathy)과 배려(care)


 배려심 있는 행동,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행동을 하는 데는 상대방의 입장이나 기분에 공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감의 정의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 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첫 번째 요소는 타 인의 정서 상태에 대한 공유를 수반하는 정서 반응이고, 두 번째 요소는 얼굴 표정, 말, 행동 등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능력이며, 세 번째 요소는 일시적으로는 타인을 동일시하되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것에 대한 분명 한 자각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타인의 관점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지만 심리학에서는 인지적 측면과 감정적 측면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 상대방의 시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

·  감정적 공감(emotional empathy): 상대방의 기분을 공유하는 것


 데이비스(1983)는 공감의 인지적 측면을 관점 수용(perspective taking)과 환상(fantasy)으로 정서적 측면을 공감적 관심(empathic concern)과 개인적 고통(personal distress)으로 구성된 공감 척도인 대인 간 반응 척도(Interpersonal Reactivity Scale)를 개발하였습니다(아래 표 참조).



 인지적 측면 구성요소 중 관점 수용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은 파악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타인의 심리적 관점을 수용하는 성향을 평가하는 것이고 환상은 상상력을 발휘해 책, 영화, 연극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성향을 다루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정서적 측면의 구성요소 중 공감적 관심은 다른  사람을 동정하거나 배려하는 것, 개인적 고통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것, 자신의 관점에서 개인적 불안과 대인관계에서의 불편감을 평가합니다.

 단순하게 예를 들면 주변 사람이 괴롭고 힘든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괴로운 감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을 인지적 공감, 자신도 괴로운 감정을 가지는 것을 정서적 공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대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음에만 머물지 않고 배려 행동을 나타날 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배려심이 있는 사람은 ‘내가 하고 싶다’와 ‘상대방이 해 주었으면 좋겠다’를 똑같지는 않지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대화에 끼지 않고 있는 한 친구에게 신경이 쓰였다고 합시다. ‘나라면 대화에 끼고 싶기 때문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 주었으면 할 것이다’고 생각한 당신은 그 친구에게 말을 걸어 대화에 참여하도록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스스로 말하는데 재주가 없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친구입니다.

 이럴 때 배려심이 있는 사람은 그 친구의 표정과 평상시의 행동에서 미음을 읽고, 아예 말을 걸지 않고 그대로 둘 것입니다. 즉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르는 척하는 것도 배려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배려심을 가지거나 유지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일이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상대방의 기분이 되어 생각한다.

2) 미소 띤 얼굴로 대한다.

3) 상대방의 상태에 신경을 쓴다

4) 자신의 매너에 신경을 쓴다

5)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

6) 짜증이 나도 그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7)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사과를 한다.


2. 도움 행동(Helping Behavior) vs. 방관자 효과 (bystander effect, bystander apathy)


 - 참고: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


 심리학 교과서나 기타 자료에서 도움 행동과 방관자 효과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1964년 뉴욕에서 일어난 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은 반세기가 넘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신문의 왜곡 보도에 의해 과장되고 각색되었다고 알려졌지만 다른 연구 결과에 의해서 도움 행동과 방관자 효과는 증명되고 있습니다(아래 신문기사 참조).


 달리와 라타네(Darley & Latane, 1968)는 도움 행동에 관한 많은 실험을 한 결과, 함께 있는 사람의 수가 도움 행동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면 혼자 있을 경우, 두 사람이 있을 경우, 5명인 있을 경우의 세 가지 조건을 비교 실험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도움 행동의 발현은 혼자일 경우 85%, 두 사람의 경우는 62%, 5명인 경우는 31%로 줄어들었습니다.


 또 도움 행동의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은 혼자일 때 52초, 두 사람일 때 93초, 5명일 때 166초로 늘어났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보더라도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 수가 많을수록 도움 행동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숫자가 많을수록 도움 행동이 일어나기 어려울까요?


 라타네와 달리(1970)는 책임의 분산과 모델링으로 설명했습니다. 혼자만 있을 경우는 완전히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지만 사람 수나 늘어나면 자신의 책임감은 그만큼 약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책임의 분산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특별히 도움 행동을 하지 않고 있으면 그래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모델링입니다.


 이처럼 공감과 배려, 도움 행동과 방관자 효과 현상 등은 사회적 환경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입니다.



[1964년 제노비스 사건의 진실]
  
 ‘방관자 효과’, 모티브 사건은 ‘뉴욕타임스’ 왜곡 보도
1964년 3월 14일 미국 <뉴욕 타임스> 1면 하단에 실린 기사 한 편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날 새벽 3시 30분께 약 30여 분간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에서 28살의 키티 제노비스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졌는데, 이웃 38명이 이를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돕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키티가 처음 공격을 받은 뒤 누군가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두라’고 소리쳐 범인 윈스턴 모슬리가 도주했었는데, 그 뒤 아무도 키티를 도우러 나오지 않는 바람에 범인이 다시 나타나 키티를 흉기로 난자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 기사는 심리학에서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로 불리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29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 사건 중 하나의 진실을 파헤친 키티의 남동생 빌 제노비스의 인터뷰를 토대로 “모두가 그 사건을 잘못 알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911 긴급전화가 창설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미국에서만 100여 개 교재에 소개될 정도로 수많은 심리·사회학자들이 연구해 온 ‘방관자 효과’의 모티브가 52년 전 <뉴욕 타임스>의 ‘왜곡 보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빌은 2004년부터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고, 그 결과는 ‘반전’이었다. 사람들이 잠든 새벽 3시 30분께, 애초 38명이나 되는 목격자는 없었다. 범인이 처음 키티를 흉기로 공격하는 걸 본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비명 소리를 들은 몇몇 주민들은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최소 2명의 이웃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특히, 소피아 파라르라는 여성은 키티를 도우러 뛰어 내려왔고, 키티가 숨질 때 그녀를 안고 있었다. ‘도시의 무관심’을 주제로 쓰인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는 이런 내용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2016. 06. 30 한겨레)





반사회적 행동 

- 공격행동, 스트레스와 공격성, 폭력적 영상 및 게임과 공격행동, 공격성을 촉진하는 인지왜곡



 사회적 환경에서의 사람의 행동은 공감, 배려, 도움 행동과 같은 친 사회적 행동만이 아니라 반사회적 행동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에 대한 이해가 대인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반사회적 행동의 하나로 공격행동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공격행동의 종류


 공격행동은 때리다, 차다 등 신체적 공격행동과 언어적 공격행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언어적 공격 행동은 눈앞의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는 직접적 언어 공격과 뒤에서 욕을 하거나 나쁜 소문을 퍼트리는 등의 간접적 언어 공격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집단 괴롭힘의 전형적인 형태인 왕따, 집단 따돌림은 뒤에서 나쁜 소문을 퍼뜨리기도 하는데 여기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언어적이고 간접적인 공격행동인 관계성 공격(relational aggression)입니다. 관계성 공격이란 다른 사람의 인간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상대에 상처를 입히려는 행동으로 나쁜 소문을 퍼트리거나 불신감을 조장하기 위해 정보를 일부러 왜곡되게 흘리는 등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3


 공격행동의 하나인 샤덴프로이데(독일어: Schadenfreude)는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하는데 주요 원인은 시기와 질투입니다. 미국 조지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에이브러햄 테서(Abraham Tesser)는 어린이들조차도 친구가 잘 나가는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보다 뛰어나서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어 있는 상대방에게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여 그 사람의 우수성이 흔들릴 때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이 샤덴프로이데는 자존감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의 반 데이크(van Dijk) 교수는 자존감이 낮을 때 어떻게든 기분이 좋아지려고 애쓰는데 이때 ‘샤덴프로이데’가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높아지면 굳이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할 필요가 없으니 무엇보다 자존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쌤통 심리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남의 불행으로부터 얻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데 만약 누군가 실수를 할 경우 그의 지위가 낮아진다면, 반사 이익으로 나의 지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 데이크(van Dijk) 교수는 우리가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는 데에 호기심을 갖고 실험을 해봤습니다. 실험 전,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 70명의 자존감을 테스트한 다음, 전도유망한 학생 ‘A’에 관한 기록을 읽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A의 지도 교수가 실험 참가자들에게 A의 연구에서 큰 결함을 발견했다고 알려준 뒤 기록을 더 읽게 했습니다.


 이 활동이 끝난 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에게 ‘A에게 일어난 일에 기뻤다’, ‘약간 웃음이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는 등의 항목에 동의하는 정도를 표시하게 해 그들의 ‘샤덴프로이데 지수’를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았던 학생일수록 A에게 강한 ‘샤덴프로이데’를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잘난 사람의 안 좋은 소식에 더 고소해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어서 실험 참가자 절반에게 ‘네가 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식으로 자존감을 북돋은 다음 A에 관한 기록을 다시 읽혔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A의 결함에 전보다는 덜 고소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미국 조지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에이브러햄 테서(Abraham Tesser)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심 분야의 활동에 대해서는 자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관심 없는 분야의 활동에 대해서는 자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친한 친구에 대해서는 어땠을까요?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는 친구가 나보다 잘 못한다고 평가하고, 관심 없는 분야에서는 친구가 더 잘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자신에게 중요한 분야에서는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지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을 드러낸 것입니다. 물론 좋아하지 않는 친구에 대해서는 당연히, 어느 분야나 다 낮은 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가요? 테서의 실험 결과와 일치하나요?


 테서는 자기 삶의 중요한 분야에서 나와 가까운 사람이 나보다 낫다면, 그를 포기하거나 경쟁하는 그 분야를 떠나야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사촌이 땅을 사 아픈 배는 가벼이 넘길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 그는 우리가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의적인지 호의적이 아닌지의 태도, 즉 ‘자기 평가’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삶을 당당하게 살 수도, 열등감에 시달리며 불행하게 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기 평가를 가능한 한 높이는 삶이 행복하다는 말로, 앞서 반 데이크가 자존감을 높이라고 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 스트레스와 공격성


 욕구불만이 되면 공격 충동이 높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실감할 수 있지만 이것을 욕구불만-공격 가설로 주장한 것은 심리학자 달라드와 밀러(J. Dollard & N. Miller)입니다.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하고 있던 행동이 저지당하면 욕구불만이 되고 이를 해소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공격행동을 하게 된다는 식입니다.


 욕구불만은 생리적 욕구가 저지되어 생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욕구가 저지될 때도 생깁니다. 예를 들면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거나 자신에게 싫은 태도를 취한다던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던지 하면 사회적 욕구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절은 공격성을 높이고 수용은 공격성을 낮춘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실증되고 있습니다.


달라드와 밀러 (J. Dollard & N. Miller) 등의 ‘욕구불만 - 공격’의 가설 (假說)에서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고,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는 배후에는 반드시 욕구불만이 있다고 주장하나, 욕구불만과 공격성과의 인과관계를 그처럼 절대적인 것으로 보고 이것을 일반화한다는 것은 지나친 견해이다.


(3) 폭력적 영상, 게임과 공격행동


 폭력적 영상과 공격행동의 관계에 대하여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Drabman & Thomas(1974)의 연구결과 공격적 영상 시청은 폭력에 대한 허용적 태도를 가지게 하고, Paik & Comstok(1994)가 행한 217개 연구의 메타분석은 TV 폭력 영상이 반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실험실에서 증명된 폭력적 미디어에의 접촉과 공격행동과의 관계는 종단적 연구에 의한 실제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단, 폭력적 미디어와의 접촉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Bushman(1995)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성격특성으로서 공격성을 기준으로 높은 사람, 중간, 낮은 사람 3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의 1/2는 폭력적인 영상을 나머지 1/2는 비폭력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성격특성으로서 공격성이 높은 사람들만 폭력적인 영상을 봄으로써 공격성이 높아졌습니다. 성격특성으로서 공격성이 중간 그리고 낮은 사람들은 공격성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래 공격성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만 폭력적인 영상이 공격성을 더욱 유발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성이라는 것은 사회 문화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결과로 일반화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4) 공격성을 촉진하는 인지왜곡


 성격특성으로서의 공격성은 인지 경향과 관련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람을 공격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을 보면 일반적으로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언동에도 악의를 읽어내고 분노를 터트리는 등 인지왜곡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격적인 인지왜곡에 대해서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계기, 단서에 대한 해석입니다. 똑같은 것을 들어도 ‘모욕을 당했다’고 해석하여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유머로 놀리는 군’이라고 해석하여 함께 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언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후의 반응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공격적인 사람이 드러내는 적의는 그 해석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해석이 무엇이든 악의로 해석하는 인지 왜곡입니다.


 Dill과 Anderson 등은 실험적 수법을 이용하여 공격적인 성격의 사람은 애매한 언어나 행동을 적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인지왜곡을 적대적 귀인 편향(Hostile Attribution Bias, HAB)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적의에 귀인 한다 즉 적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생각해 버리는 인지 경향의 왜곡입니다. 적대적 귀인 편향을 가진 인물일수록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 상대방에게 복수의 의미로 공격행동을 나타내기 쉬운 것입니다.


적대적 귀인 편향(Hostile Attribution Bias, HAB)은 타인의 애매모호한 행동에 대해서 상냥한 태도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대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해석 편견으로 정의되어 왔다.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행동을 적대적으로 해석하기 쉬운 개인들은 타인의 태도에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에 더욱 쉽다고 할 정도로 적대적 귀인 편향과 공격성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 왔다(위키백과)


 폭력 범죄자와 非行者에게는 적대적 귀인 편향이 현저히 나타난다고 하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아주 평범한 사람도 적대적 귀인 편향을 강하게 보이는 사람일수록 공격행동을 취하기 쉽다는 연구결과도 많습니다.

 반면 공감성, 특히 관점 수용(Pespective-taking,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는 것)은 공격행동을 억제하도록 작용할 수 있습니다.





권위와 복종(Authority & Obedience)

-악의 평범성(또는 惡의 陳腐性, Banality of evil)




 누군가에게서 명령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민족말살 정책을 집행하고 말았다 - 이러한 악마, 사이코패스 같은 이야기는 SF소설이나 애니메이션 중에서나 나올 사건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것을 재판정에서 진지하게 주장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는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 학살의 책임은 없다’라고.


이 사람은 칼 아돌프 아이히만입니다.
 (독일의 나치스 친위대 장교.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및 독일 점령하의 유럽 각지에 있는 유대인의 체포, 강제이주를 계획 ·지휘했다. 독일의 항복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쳤다 이스라엘로 압송되어 사형당했다).


 그는 계획적인 유대인 학살의 죄를 심판받는 재판에서 ‘나는 명령에 따라 사무적인 절차를 했을 뿐이고 그것에 의해 유대인이 죽었다는 것에는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그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고 유죄 선고를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아이히만의 주장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저것은 자기변호를 하고 있을 뿐, 그는 유대인 학살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유대계 철학자인 아렌트(Hannah Arendt)는 달랐습니다. ‘그는 극히 일반적인 소시민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라도 명령을 받았다면 그와 같은 잔혹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악의 평범성(또는 惡의 陳腐性, Banality of evil)이라고 알려져 있는 내용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녀의 발언은 아이히만 옹호, 유대인 학살 용인으로 받아들여져 유대인 사회에서 배신자로 심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악의 평범성(또는 惡의 陳腐性, Banality of evil)은 독일계 유태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1963년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본 개념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이란,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아렌트는 주장했다.(위키백과)


[아이히만 실험-밀그램 실험]


 한편 심리학자인 밀그램 (Stanley Milgram)은 아렌트가 한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여 나중에 아이히만 실험으로 유명하게 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에는  ‘기억에 관한 심리학 실험의 참가자’라는 거짓 설명으로 심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성인이 모집되었습니다.   

 참가자가 실험실에 앉으면 ‘심리학자 E’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가자(일반인)가 준비가 되면 실험은 시작됩니다. ‘심리학자’는 한쪽 참가자(일반인)는 교사 역할 T, 다른 한쪽은 학생 역할(실제는 미리 준비된 협조자) L이 되도록 심지 뽑기를 시킵니다. 교사 역할은 간단합니다. 학생 역할에게 암기 문제를 내고 틀리면 틀릴 때마다 전기쇼크를 가하는 벌을 주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교사(일반인 참가자)’는 ‘학생(실험 협조자)’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전기쇼크의 강도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학생’의 성적이 너무 나쁩니다. 간단한 기억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틀리게 됩니다. 전압 게이지는 ‘15V: 가벼운 충격’ ‘134V: 강한 감전’ ‘375V: 위험’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학생’은 75V에서부터 불쾌감을 나타내고 120V에서는 큰 소리로 고통을 호소하고 나중에는 ‘이제 그만! 실험을 그만!’이라고 절규를 하도록 미리 약속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의 뒤에 있는 ‘심리학자’는 ‘계속하세요’ ‘당신이 계속하는 것은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실험을 계속하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학생’이 절규하는 부분에서 ‘교사’는 실험을 멈출 것이다라고 생각되지요. 어쩌면 뒤에 있는 ‘심리학자’를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험의 결과, 거의 65%의 ‘일반인 참가자(교사)’가 최대 전압인 450V(375V: 위험으로 표시되어 있음)까지 ‘학생’에게 벌을 계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보통의 인간은 단지 ‘그렇게 해!”라고 명령받은 것으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악의 평범성 증명


 앞의 실험 결과는 각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일부 특수한 성격이나 광신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만이 행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잔혹행위가 실은 누군가에게 복종한다는 것 만으로 행하여진다는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렌트(Hannah Arendt)의 악의 진부성(평범성)이 실험으로 보다 명확하게 증명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어도 명령을 거스른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것이 거의 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심리학자’의 명령이라 해도 사람들은 생각 없이 따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전장에서 직속 상관로부터의 작전명령이었다면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은 아이히만처럼 그 명령의 의미하는 바(학살)를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따르고 가능하면 효과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려고 하지는 않을까요?


심리적 부담이 컸던 실험


 이제 이 실험, 실제는 ‘학생 역할자’도 ‘심리학자 역할자’도 밀그램의 학생들이었습니다 학생 역할자를 정하는 심지 뽑기에서 반드시 진짜 실험 참가자(일반인)가 교사 역할자가 되도록 미리 조작되어 있었습니다. 학생 역할자는 전기쇼크를 받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 실험으로 신체적인 손상이나 사망하거나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교사 역할자(일반 실험 참가자)의 심리적 부담은 컸습니다. 많은 참가자가 자기 스스로 간단한 명령으로 ‘사람을 죽일지도 모르는’ 전기 충격을 가했다는 잔혹행위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실험을 하나의 계기로 해서 심리학 실험을 할 때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이런 유형의 실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태도변화(attitude change)와 설득(persuasion)

-1) 태도 형성



태도란?


 심리학에서 태도라는 것은 특정한 사람이나 대상에 대한 인지적∙정서적 평가로, 행동 반응에 영향을 주는 준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도는 감정, 인지, 행동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좋다 싫다로 사물과 사건을 판단하는 것은 감정적 요소에 의한 태도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인지적 요소에 의한 태도의 표현,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에너지 사용을 가급적 안 하는 것은 행동적 요소에 의한 태도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도(attitude) :
 
 (1) 경험을 통해 조직화되는 것으로서, 태도 대상(ex. 특정한 사람, 사물, 사건, 주제 등)과 상황에 대한 개인의 행동과 반응에 직접적이거나 역동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및 신경적 준비상태(올포트(Allport))  (태도가 경험에 의해 학습되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

 (2) 인지(태도 대상에 대한 신념, 생각, 지식 등), 감정(태도 대상에 대한 느낌이나 호, 불호의 평가를 포함하는 정서반응) 및 행동 의도(태도 대상에 대해 일정하게 행동하려는 의도)의 3가지 요소를 지니는 지속적인 경향성
 (ex. 특정 자동차에 대한 태도 - 인지 : 안전성이 높다/ 감정 : 호감이 간다/ 행동 의도 : 구매의도)
 
 (3) 태도에 이 3가지 요소가 반드시 모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태도의 3가지 요소 중에서 감정 및 평가요소가 가장 중요하며 지속적이고 중심이 된다(최근 견해 - “대상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ex. 정서적 소구의 광고, 사랑에 빠짐)


[태도의 형성 과정 (심리학 용어사전)]


 태도가 형성되는 과정은 크게 일관성 유지에 의한 형성, 학습에 의한 형성, 기대-가치 이론으로 설명된다.


1. 일관성 유지에 의한 형성


 일관성 유지에 의한 태도 형성은 사람이 자신의 태도와 신념, 행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인지-정서 일관성 이론, 인지 부조화 이론, 균형 이론 등이 있다.


1.1 인지-정서 일관성 이론은 태도 대상에 대한 인지와 감정에서 사람들이 일관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Rosenberg, 1960). 따라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인지와 감정을 같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인지가 감정을 변화시키거나 또는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1.2 페스팅어(Festinger, 1957)가 제시한 인지 부조화 이론은,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둘 중 하나가 변화해서 둘 사이의 균형과 일관성을 찾는다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등장하는 행동에 따른 태도 변화에서 더 상세히 다루기로 한다.


1.3 균형 이론은 사람(P)은 어떠한 태도 대상(x)에 대해 타인(O)과 일치된 균형 관계를 가지려는 동기가 있다고 본다(Heider, 1958). 특히 이때 자신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타인일수록 이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반대로 자신이 별로 신경 쓰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여기는 타인일 때에는 불균형보다는 무균형의 상태로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된다(Newcomb, 1968).


2. 학습에 의한 태도 형성


 학습에 의해 태도가 형성된다는 관점은 특정 태도의 결과가 유익하면 그 태도를 반복하여 그 결과 특정 태도가 강화된다고 본다.


2.1 고전적 조건화는 두 가지 상황이 시공간적으로 가까운 상태에서 순차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에 형성된다. 즉, 선행하는 자극과 이후의 자극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 계속해서 일어나면 두 자극이 연합되고, 첫 번째 자극은 두 번째 자극을 예고한다. 예를 들어, 광고에서 유명인과 특정 상품을 함께 등장시키는 것은 중립 자극인 상품에 유명인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연합시키려는 것이다.


2.2 조작적 조건화는, 어떠한 행동을 하고 보상을 받으면 이후에 그 행동을 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그것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원리이다.


2.3 사회 학습(모방)을 통한 태도 형성은 개인이 존경하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의 행동이나 태도를 모방하는 것으로, 부모를 따라 부모와 유사한 태도를 형성하는 아동의 예가 대표적이다.


3. 손익 계산에 의한 태도 형성


 손익 계산에 의해 태도가 형성된다고 보는 관점은 행위가 가져올 결과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고려하여 태도를 형성한다고 본다(Edwards, 1954). 대표적인 이론으로 기대 x 가치 이론이 있는데, 여기서 인간은 합리적으로 계산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태도를 형성한다고 전제한다. 즉, 인간은 결정을 할 때 행동이나 태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한 기대와 그 결과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곱해서 그 값이 클수록 태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이 예측하기에 기대하는 결과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낮으면 행동에 대한 동기나 실천하려는 의지가 낮아지고, 결과가 가져올 기댓값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때에도 역시 동기와 실천력이 떨어진다(Fishbein & Ajzen, 1975).


4. 행동에 따른 태도 변화


 태도가 일단 형성된 다음에 변화하는 이유로는 크게 행동에 따른 것과 설득에 따른 것이 있다. 먼저 행동에 따른 태도 변화는 인지 부조화 이론과 자기 지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4.1 인지 부조화 이론


 인지 부조화 이론은 개인의 행동과 태도가 불일치하면 사람은 긴장감과 심적 압력을 느끼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이나 태도를 조화롭게 바꾼다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 이론은 불충분의 정당화, 노력의 정당화, 의사 결정 후의 부조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불충분의 정당화는 행동과 태도가 다를 때, 자신이 행동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고 행동을 상황 탓으로 돌리기 충분하다면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고, 반대로 충분하지 않다면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Festinger & Carlsmith, 1959). 다음으로, 노력의 정당화는 자신의 노력에 비해 결과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이러한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태도 대상이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를 더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이다(한규석, 2009).


 마지막으로 의사 결정 후의 부조화는, 의사 결정을 한 후에 일어나는 행동과 가치 사이의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대상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선택하지 않은 대상은 평가 절하하는 것을 말한다(한규석, 2009). 예를 들면 여러 영화 중에서 한 영화를 선택하기로 하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영화들에 대해서는 내용이 유익하지 않다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좋지 않다는 식으로 낮은 평가를 하는 것이다.


4.2 자기 지각 이론


 벰(Bem, 1967)의 자기 지각 이론(self-perception theory)에 따르면, 개인은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 행동을 통해 태도를 추론한다는 것이다. 즉, 이전의 태도에 대해 불명확하고 확신이 없는 경우에는, 행동에 맞추어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전에 했던 행동을 토대로 태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행동이나 태도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개인의 경우에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


 자기 지각 이론의 원리를 이용하여 문간에 발 들이기 기법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문간에 발 들이기 기법은 상대가 거절하기 힘든 작은 부탁을 한 다음에 점점 더 큰 부탁으로 이어져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이 들어준 부탁, 즉 과거에 했던 행동을 회상하면서 지금의 태도를 결정하고, 점차적으로 더 큰 부탁을 들어주는 행동으로 나아가게 된다(Freedman & Fraser, 1966).

(심리학 용어사전)
 




태도변화(attitude change)와 설득(persuasion)

-2)설득에 의한 태도 변화-설득 커뮤니케이션



 설득이란 의도한 사람이 주로 언어적 소통을 통해 비강제적 맥락 속에서 납득시키면서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회적 영향 행위 또는 사회적 영향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의 태도를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고 이때 사용되는 것이 설득 커뮤니케이션입니다.


1. 맥과이어(Mcguire, 1985)의 설득 커뮤니케이션


 맥과이어(Mcguire, 1985)에 의하면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란 설득 메시지에 접하고 행동이 변화하기까지의 과정이고 여기에는 1) 접촉, 2) 주목, 3) 이해, 4) 승낙, 5) 보유 6) 검색 7) 결정 8) 행동이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한 회사의 인사부 교육훈련팀 사원이라고 해 봅시다


어느 날 회사 안내원이 ‘어느 교육훈련 연수기관의 직원이 사원 대상의 커뮤니케이션 연수를 소개하고자 방문했다’고 당신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접촉).
당신은 마침 다음 사원연수 기획을 해야 할 상황이었으므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주목).
그 기관 직원은 최근 젊은 사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 현상,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동기부여의 관계, 업무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등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나갔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당신은 그 이야기에 완전히 납득을 하고(이해)
커뮤니케이션 연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를 했습니다.(승낙)


당신이 사내 회의에서 검토할 것을 약속하자 그 기관 직원은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젊은 사원이 인사부를 찾아왔습니다. ‘상사가 자신의 실패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해명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그 후 계속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힘들어하고 있다’고 감정적으로 호소해 왔습니다.


이 상황에 마주친 당신은 ‘그 교육훈련 기관 직원이 말한 대로 직원들 사이에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연수 실시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보유)
당신은 연수 실시를 결정할 회의에 상정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 다른 연수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연수에 대해서 조사하고 비교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내용, 종류, 비용, 효과, 평판 등 다방면으로 검토를 했습니다(검색)
회의에서 작성한 자료를 기반으로 토의가 되어 최종적으로 처음 찾아왔던 그 회사가 좋다는 결론이 나와(결정)
연수를 의뢰했습니다(행동)


 대충 과정이 이해되었겠지만 통상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이것은 (접촉), 이것은(승낙)이라고 하나하나 의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설득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제고하는 데는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2. 칼 호블랜드(Carl Hovland)의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요인


 그리고 예일 대학의 칼 호블랜드(Carl Hovland)와 그의 동료들은 설득 효과를 규정하는 요인으로서

메시지 전달자, 내용, 매체, 수용자의 4 가지를 들었습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요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설득 효과 요인 1: 발신자 요인


 신용할 만한 , 매력적인 인물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발신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 ‘그 사람(회사)은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복장이나 언어 사용에 신경을 쓰는 것도 신뢰할 수 있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득 내용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충분히 갖추어 전문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 매력도 설득력에 연결됩니다.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말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의 이야기는 저항 없이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이처럼 신뢰와 매력이 있는가 어떤가는 동일한 내용이라도 설득력에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설득 효과 요인 2: 내용 요인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물론 내용입니다. 신뢰성이 높은 내용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냥 설명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관심을 끌거나 행동에 영향을 줄 수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기법이 존재하며 이에 대해서는 설득 기법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설득 효과 요인 3: 매체(미디어) 요인


 시청각미디어에는 설득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청각미디어를 활용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집니다. 그림, 도표, 플로차트 등 시각에 어필하는 기법도 많이 사용됩니다. 음향효과, 동영상도 자주 활용합니다만 영상에는 그냥 감각에 호소하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등 설득하기 쉬운 심리상태로 유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스토리텔링이 잘 된 영상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설득 효과 요인 4: 수용자 요인


 같은 설득이라도 받아들이는 상대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가치관, 지적 호기심, 지적 수준 등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위주의적인 인물은 전문가나 전문서적을 인용하면 설득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야구 이야기로 기분이 풀려 이야기를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회공헌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여하히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 이윤추구에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주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제안을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지적 호기심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구체적이고 단순 명료한 설명이 효과적입니다. 이때 상세하고 정중하게 설명을 하면 오히려 따분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지적 호기심이 강한 사람은 너무 단순한 설명에 의심을 품거나 밀어붙인다고 느끼기 때문에 제품이나 제안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거론하고, 배경이 된 사정을 설명하는 등 다각적인 정보를 이용하여 설명하지 않으면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태도변화(attitude change)와 설득(persuasion)

-3) 설득의 정보처리과정과 심리적 저항



1.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정보처리


 체이켄(Chaiken, 1980)은 설득 장면에서 Heuristic Information Processing과 Systematic Information Processing으로 구별되는 2중 프로세스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Systematic 처리는 입수 가능한 정보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모든 각도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판단하는 정보처리 형태를 말합니다. 반면 휴리스틱 처리는 간편한 정보처리로서 단편적인 정보나 특정의 정보에 반응하여 직감적으로 빠르게 판단하는 정보처리 형태입니다.


 원래 중요한 판단을 할 때 Systematic 처리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든 자신은 충분히 검토하여 최적의 판단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휴리스틱 처리를 적용하여 고려해야 할 정보를 무시하거나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일이 면밀하게 검토하는 노력을 절약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충동에 빠져서 휴리스틱 처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 다른 회사도 채택하고 있으니까 문제없을 것이다. 저분이 추천하는 것이니까 틀림이 없겠지. 비싼 것의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유명인사가 광고에 나오니까 안심이다. 저 백회점에도 점포를 개설했다고 하니까 별일 없겠지.

 이렇게 노력의 절약에 넘어가서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하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설명 책임을 의식해야 합니다.


설명 책임(accountability) 또는 설명 책임성이란 개인, 조직 또는 시스템에 책임이 부여된 활동의 결정에 대하여 주로 기록을 통해 답변하고 설명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능력. 오늘날 기록에 의한 설명 책임은 공적 영역의 기록 관리 행정의 중심 목적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그러한 중요성에 의해 기록 관리 시스템 설계 시 시스템의 설명 책임은 시스템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이 되었다.
설명 책임이란 기록에 의해 제삼자에게, 또는 법령에서 지정한 기관에게 업무 또는 행정 수행의 전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록은 설명 책임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확하고 완전하게 생산되어야 하며, 공공 기관은 투명 행정과 책임 행정의 근거를 기록에 의한 설명 책임을 통해 충족시킬 의무를 갖는다. 한 조직이나 기관에서 법률이나 규정에 의해 적법하게 생산된 기록은 법적 · 증거적 효력을 갖는다.(위키백과)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설명 책임을 의식함으로써 모든 정보나 조건에 눈을 돌려 집중력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하는 자세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바빠서 여유가 없을 때나 피곤할 때는 정신이 흐릿해져 안이한 판단을 해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페티와 카치오포(Petty & Cacioppo, 1990)는 정교화 가능성 모델(ELM, elaboration likelihood model)을 통해서 교섭 상대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처리하는 프로세스에 중앙 경로(central route)와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정교화란 설득 메시지에 노출될 때 메시지가 주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며 자신의 욕구와 관련지어 정보를 처리하려는 노력의 정도를 말합니다. 중앙 경로는 우리를 설득하고자 상대방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그것이 타당한지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정보처리 프로세스를 말합니다. 주변 경로는 설득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 즉 주변 단서에 따라 판단하는 정보처리 프로세스입니다. 동기부여나 능력이 충분한 경우는 중앙 경로가 작동하고, 그렇기 않으면 주변 경로가 작동한다고 합니다.


정교화 가능성 모델(ELM, elaboration likelihood model)은 태도의 변화(attitude change)를 설명하는 이중 과정 이론이다. ELM은 1980년 리처드 페티(Richard E. Petty)와 존 카치포오(John Cacioppo)가 개발했다.  이 모델은 자극을 처리하는 다양한 방법, 사용 이유 및 태도 변화에 대한 결과를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LM은 태도변화(attitude change) 또는 설득을 위한 두 가지 주요 경로, 즉 중앙 경로(central route)와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를 제안하고 있다.(위키백과)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잘못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교섭에 나서기 전에 관련된 정보나 지식을 충분히 수집하고 핵심적인 것을 머릿속에 정리해 둘 것. (정보나 지식이 너무 부족하면 상대방에게 말려들 수밖에 없고 사고 정지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2. 교섭할 때는 다른 고민사항은 배제하고 당면 교섭에 완전히 집중할 것.

3.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또는 하여튼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지 말 것.


2. 설득에의 심리적 저항


 설득력 있는 설명이나 교섭을 원한다면 이러한 요인을 염두에 두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설명내용에 자신이 있어도 불신감을 초래하든지 귀찮다고 느끼게 하는 등 상대방의 심리적 저항이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리적 저항을 보이는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리 시청각 수단을 동원하여 설득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허사가 되고 맙니다. 우선은 상대방의 심리적 저항을 누그려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설득에의 심리적 저항에는 다음 4가지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  반응 저항(反應抵抗, reactance): 빼앗긴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것

·  불신: 경계심이 강하고, 상대방의 제안이나 설명을 의심하는 것

·  음미: 상대방의 제안이나 설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자 하는 것

·  타성: 귀찮아하고 좀처럼 현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


 이 4가지 요인이 작동한 사례를 보겠습니다.


저항 요인 1: 반응 저항-리액턴스


 옷장을 사려고 가구점에 가서 A와 B 두 개를 후보로 압축하고 검토하여 A가 좋겠다고 결정을 하고 다음 날 구매하러 갔다고 합시다. 가서 보니 B에 ‘판매 예약 품절’이라는 표지가 붙어있습니다. 그러면 갑자기 B가 매력적으로 생각되어 점원에게 B를 사려고 하는데 구할 수 없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어제 충분히 검토하여 B보다 A가 좋다고 생각했음에도 선택지 B를 빼앗기면 갑자기 B가 탐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저항 요인 2: 불신


 설득하는 사람의 인상도 설득에의 저항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복장이나 언어 사용에 주의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면의 마음가짐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하여 성의를 가지고 임하고 있는가, 자신의 이익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것들은 분위기로서 직감적으로 전달됩니다.


저항 요인 3: 음미


 중요한 교섭에서는 누구나 신중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비판적 사고나 검토에 인내할 수 있도록 주장의 근거를 다각적으로 제시하는 등 용의주도하게 자료를 작성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만의 하나라도 질문에 당황하지 않도록 나올 수 있는 질문을 시뮬레이션해 가면서 답변을 위한 자료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약점이 드러날 경우의 대응도 생각해 두고 이를 위한 자료도 준비해 두면 설득력이 증가합니다.


저항 요인 4: 타성


 어떤 것이든 현상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는 습성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이것을 타파하지 않는 한 거래선 개척이나 새로운 제안의 교섭에서 앞서 나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상으로는 어떤 난관이 예상되는가, 변함으로써 어떤 이점이 기대되는가를 데이터나 사례를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도변화(attitude change)와 설득(persuasion)

- 4) 설득 커뮤니케이션 기법



(1) Foot-in-the-door(FITD) 기법/문안에 발 들여놓기/ 단계적 요청 기법


 누구라도 들어줄 것 같은 사소한 부탁을 하고 나서 미리 생각해 둔 진짜 부탁을 한다라고 하는 것으로 우리들이 스스로의 태도나 행동에 일관성을 추구하는 경향(인지부조화 이론)을 이용하여 설득하는 기법입니다. 상대로부터의 사소한 부탁을 승낙한 것에 의해 부탁의 내용에 대해서 긍정적인 태도, 행동을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관성을 추구하는 우리들은 진짜 부탁에 대해서도 일관적인 태도, 행동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승낙하기 쉽게 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프리드먼과 프레이저 (J.I Freedman & S. C. Fraser, 1966)는 이 기법에 관하여 많은 실험을 했고 그 설득 효과를 증명했습니다.


 예를 들면 조사원이 전혀 모르는 주부들에게 전화를 해서 욕실용품 조사에 협력해 달라고 부탁하는 실험입니다. 여기에는 4가지 조건이 설정되었지만 이해하기 쉽게 그중 두 가지의 전형적인 조건에 대해서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제1 조건)


 첫 번째 전화에서는 욕실 용품 조사에의 협조를 부탁하고 동의한 사람에게 전화로 간단한 설문에 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3일 후 두 번째 전화에서는 5~6명의 조사원이 방문하여 조사하도록 해달라, 2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다고 하면서 대규모 조사에 협력해 달라고 했습니다.


(제2 조건)


 첫 번째 전화에서 느닷없이 대규모 조사에의 협력을 부탁했습니다.

 대규모 조사에 협력해 준 사람의 비율은 제2 조건에서는 22%, 제1 조건에서는 53%, 즉 2.5배 정도 높았습니다. ‘좀 받아들이기 어렵다’ ‘ 귀찮다’고 생각되면 거절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거절을 어렵게 하는 것은 전에 그 사람의 요청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한번 기분 좋게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이번에는 거절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 것입니다.


(2) Door in the Face(DITF) 기법/ 역 단계적 요청 기법


 누구라도 거절할 것 같은 과도한 의뢰를 하고 나서 일단 거부되도록 합니다. 그러고 나서 미리 설정하고 있던 진짜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처음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어도 두 번째 것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보이고, 첫 번째 요구를 거절한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두 번째 요구는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따르는 相互性의 규범(norm of reciprocity)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상호성의 규범(norm of reciprocity)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준 사람에게는 이익을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여러 사회에서 존재하는 규범입니다. 상호성 규범이 따르는 우리들은 상대가 지나친 부탁에서 진짜 부탁으로 양보했다는 것을 이익으로 인식하고 자신도 양보해서 상대의 진짜 부탁을 승낙하여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껴 상대의 두 번째 부탁을 들어주기 쉽게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 보면 과도한 요구를 들은 다음 그것보다 받아들이기 쉬운 요구를 받으면 대비 효과가 작동하여 두 번째 요구가 실제 이상으로 작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상호성의 규범(norm of reciprocity)과 대비 효과(contrast effect)를 이용한 설득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Door in the Face(DITF) 기법/ 역 단계적 요청 기법입니다.


(3) 낮은 공(Low – Ball) 기법


 낮은 공 기법은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면 나에게 유리하게 바꾸거나 처음엔 가벼운 듯한 부탁을 하다가 상대가 승낙하면 그때서야 구체적인 진짜 부탁을 하는 기법입니다.

 부탁을 들어주는 상대방은 이미 부탁을 승낙한 상태이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이 붙어도 쉽게 승낙을 취소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Cialdini, Cacioppo, Bassett, and Miller (1978)는 이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그냥 실험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하여 일단 동의를 얻은 다음, ‘사실은 실험이 금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고 하고 아침 7시까지 실험실로 와줄 것을 요구한 결과 피험자의 56%가 이에 동의하였고 실험에 실제로 참가하였습니다. 반면에 이번 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아침 7시에 실험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밝히고 실험에 참가해 주기를 부탁했을 때는 피험자의 31%만이 동의하고 실험에 참가하였습니다.


 결국 어떻게 하든 동일한 조건이 되는 것인데 처음에는 무리 없는 조건을 제시한 경우, 처음부터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보다 2배 가까이 승낙을 한 셈입니다.


(4)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기법(that's not all technique).


 이 기법은 좋은 조건을 나중에 추가하는 것으로서 첫 번째 요구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 전에 부가적 이득과 함께 미리 계획된 두 번째 요구가 제시하는 것입니다. 또는 어떤 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제시하여 고객이 가격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한 다음 다른 제품을 덤으로 제공하거나 가격을 낮추어 호의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심리학자 Burger(1986)는 대학 구내에서 케이크 판매하는 상황을 조작하여 실험을 했습니다.  케이크의 가격을 붙이지 않고 고객이 질문하면 답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2가지의 조건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제1 조건에서는 가격을 물어보면 우선 75 센트라고 하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며 과자 2개를 추가한 세트라고 답을 했습니다. 반면에, 제2 조건에서는 처음부터 ‘과자 2개를 추가한 세트로 75센트입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결과,  제2 조건에서는 판매대에 온 사람들 중 40%가 구매한데 반하여 제1 조건에서는 73%가 구매하여 제2 조건보다 2배 정도 더 판매량이 많았습니다.


 또 패턴을 바꿔서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과자를 추가로 주는 대신, 할인을 하는 조건입니다. 제1 조건에서는 가격 질문을 받으면 처음에는 1달러라고 하고 바로 ‘곧 영업을 종료하므로 75센트로 할인해 드립니다.’고 답을 했습니다. 제2 조건에서는 처음부터 75 센트라고 답을 했습니다. 케이크 구입비율을 보면 제2 조건에서는 44%인데 제1 조건에서는 73%로 나타났습니다.


(5)일면적(one-sided) 설득과 양면적(two-sided) 설득


 좋은 면만 부각시켜 설득하려는 것이 일면적 설득,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을 둘 다 섞어서 설득하려는 것이 양면적 설득입니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교육정도가 낮은 경우는 단순 명료한 일면적 설득이 효과적이지만 상대방의 교육정도가 높은 경우는 일면적 설득은 밀어붙인다고 느끼기 때문에 양면적 설득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또 상대방이 원래 설득하려고 하는 방향과 동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일면적 설득이 효과적이고 상대방이 설득하려고 하는 방향과 반대인 경우에는 양면적 설득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한 호블랜드와 같은 학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실험을 했습니다(Hovland, Lumsdaine & Shefield, 1949). 약 6,000명의 미군 병사를 대상으로 독일이 항복한 후 일본과의 전쟁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가애 대하여 설득 커뮤니케이션(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설득하려는 것)의 전후에 질문을 하여 병사들의 의견이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변화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일면적 설득 군에게는 오래 지속된다는 근거가 된 조건만 늘어놓고 따라서 전쟁이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양면적 설득 군에게는 이러이러한 조건이면 빨리 끝날 수도 있지만 제반 조건을 고려한다면 역시 전쟁이 오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처음부터 전쟁이 오래갈 거라고 생각한 병사에게는 일면적 설득이 효과적인데 반하여 조기에 전쟁이 끝날 것이다고 생각하고 있던 병사에게는 양면적 설득이 전쟁이 오래갈 것이다를 설득하는데 효과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하면 교육 수준이 낮고 설득 방향에 찬성하고 있는 상대방에게는 일면적 설득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결론은 다른 후속 연구, 특히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지지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문화적 차이가 있는지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기법은 마케팅 광고에도 활용되고 있는데, 광고에 있어서는 양면적 메시지는 일면적 메시지에 비해서 광고주 신뢰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양면적 메시지의 부정적 제품 특성의 언급은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태도나 구매의도를 형성할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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