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닭갈비

사랑의 노랑 고무줄

by 그사이


< 닭갈비 >


- 주요 재료 -

닭고기. 양배추.

-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좋은 재료 -

고구마. 깻잎. 꽈리고추. 우동면. 떡.

기타 등등 사리


* 닭고기 양념 (비율). 순한 맛

양념장은 넉넉히 만드는 것이 좋다.

고추장 2. 고춧가루 2. 간장 1. 매실액 1. 청주 1. 물 1. 양파 간 것 1/2. 다진 마늘 1. 다진 생강 1/2. 후춧가루 약간.

(옵션-사과 1개. 강판에 갈아서 넣는다.)


* 추가 양념 (비율). 강한 맛

볶을 때 필요에 따라 추가하여 첨가한다. 하루 전 만들어두면 고춧가루의 날(?) 냄새가 나지 않고 더 맛이 좋다. 순대볶음에 이용해도 좋다

매운 고춧가루 1. 페페론치노 1. 간장 1. 청주 1. 매실 1. 마늘 1. 물 1. 후추 약간.


- 만드는 법 -

1. 닭고기 양념 재료를 모두 섞는다. 양을 넉넉히 만든다.

2. 닭고기에 칼집을 넣어 양념장에 재워둔다. 약 30분

3. 채소를 큼직하게 썰어 준비해 둔다.

양배추 많이. 양파. 대파. 꽈리고추. 깻잎

그리고 고구마.

3. 먼저 고기를 읽히다가 반쯤 익으면 채소를 넣어 함께 익힌다.

끝!


- 팁 -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경우 볶을 때 강한 맛 양념을 추가하며 익힌다.

페페론치노는 마른 빨강 고추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상업적인 맛을 원한다면 양념에 MSG를 추가한다.

재료 준비
고기를 재우는 양념장은 넉넉하게 만든다.




< 닭갈비와 노랑 고무줄 >


“나는 요리하는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아. “

라고 말하는 현재형은 거짓말이다.

”나는 요리가 참 즐거웠고, 재미있었어. “

라고 말하는 과거형은 거짓이 아니다.

혈기왕성한 때를 지나고 나니 여러 사람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이젠 힘들다.

간혹 요리하기 싫고, 독서를 하다가 한참 재밌는 부분에 이르렀는데 밥때가 돌아오면 심통이 나서 포악해지기도 한다.

밥상에서 정이 든다지만 많은 양을 준비하는 사람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성인 네 명이 함께 먹을 밥을 짓는 일은 보통일이 아닌 거다.

어쩌면 타인을 위해 요리하는 일은 사랑인 동시에 아주 위태위태한 일이기도 하다.


한동안 아이들이 기숙사와 독립생활의 기간이 딱 맞아 남편과 둘이서만 생활을 했었다. 둘이 합의하면 하루 종일 부엌일을 안 해도 됐다. 자식들 없이 둘인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뜨겁진 않지만 좋은 신혼시절 같기도 했다.

그런데 둘에서 넷으로 원래의 4인 가족이 된 후 부모 자식지간임에도 다시 늘어난 집안일은 주부로선 힘들었다. 아이들은 “내 밥은 신경 쓰지 마. 알아서 할게.”라고 해도 어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은 자식입에 음식 들어가는 일이거늘..


나는 힘들다고 해서 도움을 바라진 않는다.

평소에 부엌일 안 하던 누가 도와준다고 옆에서 서성거려 봐야 좁은 곳에서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이거 어딨어? 저거 어딨어?”

쌈채소만 씻으라고 해도 한나절 개수대를 차지하고 서있으며 그릇이 아주 여러 개가 나와 건조대에 산처럼 쌓인다. 돕는 건지 방해인지 도무지 분간이 어렵고 더 힘들었다.

“아이고! 앓느니 죽지..”

그 말을 속으로 되새김질을 하다가 결국 식사준비를 할 때 모두에게 부엌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누군 요리하고 누군 먹기만 하는 것은 서로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들이 요리를 돕는 대신 떳떳한 마음을 가지도록 설거지를 맡기기로 했다. 그 정리로 부엌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별일이 없다면 모처럼 일주일에 하루.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점심 한 끼는 특식을 만들려고 한다. 이번 주는 닭갈비로 정했다.

바쁘게 닭살을 손질하여 칼집을 넣고, 커다란 양배추를 자르느라 개수대와 도마 위를 오가다 보니 등뒤로 뭔가 스쳐 지나간다.

나는 뻘건 양념을 다른 곳에 묻혀 설거지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가장 큰 양푼에 대용량의 양념장을 만들다 보니 닭갈비 양념장 속으로 자꾸만 퐁당 미끄러져 들어가는 숟가락에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작업대 자리가 부족하여 식탁위에 올려둔 양념장 그릇에 숟가락이 위태롭게 기대어 놓고 계속 신경이 쓰였다. 양배추를 썰고 나서 돌아본 양푼에 숟가락이 노란 고무줄을 돌돌 감고 떡 하니 잘 버티고 서있다. 심지어 숟가락이 여유롭게 기대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 이건 또 뭐야?‘ 하고 볼멘소리를 하려다가 난데없이 촌스러운 노랑 고무줄을 두르게 된 당황한 숟가락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우스웠다. 그리고 때를 보던 흰머리 난 덩치 큰 남자가 고약한 마누라가 개수대로 돌아선 순간 몰래 고무줄을 감고, 후다닥 도망갔을 생각을 하니 푸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나는 신기할 정도로 깜쪽같이 몰랐다.


노랑 고무줄 덕분으로 무사히 닭갈비 준비가 완료되고,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제사를 멈추고 버릴까 하다가 넣어둔 초대형 전기 프라이팬은 대식가 4인분 닭갈비에 안성맞춤이다.

먼저 지글지글 고기를 익히다가 채소를 넣으니 한가득. 맛있게 먹다가 팬에 바닥이 보이면 큰일이라도 생길 듯 삶아둔 우동 사리도 넣으니 다시 한가득.

K-Dissert인 볶음밥은 국룰 아닌가?

참기름과 깻잎을 넣고 달달 볶다가 마지막에 김가루 솔솔 뿌리니 또 팬 한가득.

김치 넣는 것을 잊었지만 맛있는 행복을 낳는 화수분 같은 명절용 전기 프라이팬을 안 버리길 참 잘했다.

“와! 이렇게 먹자면 얼마야!”


볶음밥을 집도하다가 음식 준비과정에 만난 노랑고무줄이 떠오른다.

배려를 선물 받았으니 사랑으로 갚아야지.

답례는 하트 모양 볶음밥으로 완성!

다 같이 식탁정리를 마치는 동안 아이가 나가 사 온 시원한 아아로 깔끔하게 휴일 점심 식사를 마쳤다.


사실 내 볶음밥의 하트 모양은 영 어설프다.

나는 닭갈비 전문 집의 주방장도 아니고, 경험 풍부한 사랑 전문가도 아니다.

우리는 어룽더룽 살다보니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었고, 이제 어떤 사랑을 좋아하는지 조금 알겠다.


사랑이란 촌스럽고 어설플 때

더 설레고 맛있다.


촌스러운 사랑을 받았으니
어설픈 사랑으로 답한다.

*숟가락 끝에 고무줄을 돌돌 감으니 꽤 편하다. 이 방법을 종종 이용할 예정이다*



연재북 <밥 짓고 글 짓는 맛집>의 30번째 글입니다. 에필로그를 따로 쓰지 않는 것은 시즌 2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호점 30번째 요리로 오늘은 화려한 가족 파티음식으로 준비했는데 맛있는 시간이 되셨나요?

그럼 저는 맛있는 음식이 준비되는 대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사이 2호점 오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