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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냥저냥 해.

둘도 없는 친구

by 그사이


사춘기 때 만난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적극적인 활동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사는 내내 친구가 별로 많지 않았다.


감출 게 많았다고 생각한 끔찍하게 요동치던 나의 중학교 2학년.

난 세상을 다 알 것 같은 연이가 꼭 언니처럼 의지가 되었다.

닿자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우리는 5-6년에 한 번 정도를 만나고, 1년에 두어 번의 톡을 나눈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톡을 보낼 때 조금도 고민하지 않으며 마음이 편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연아, 나는 너도 그렇다면 좋겠어."


연이는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보며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사춘기 시절에 네가 있어서 멀리 안 가고 제자리로 돌아왔지."라고 했다.

사랑스럽고 고마운 연의 말은 아침부터 후덥지근한 내 마음에 시원한 청량감을 주었다.

"그 시간에 우리가 함께 지냈다는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도 나도."라고 답했다.

짧은 대화들을 나눈 후 궁금해진 안부를 물었다.

"부모님, 남편 모두 건강하시지?"

"우리 집은 그냥저냥 해."


세세한 사연을 모르고 지나가는 동안 우리는 사는 것이 사춘기처럼 격동적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시간들을 지나며 혹은 시간이 한참 지나간 후에 우린 대화를 나눈다.

긴 시간, 깊은 이야기, 뜨겁던 일들도 조금 차가워진 마음으로 술렁술렁 말할 수 있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사이 몇 년이나 연락하지 않았지만 주저 없이 연락을 했고, 연이는 누구보다 가장 먼저 달려와 손을 잡아주었다.


"자주 만나지도 않으면서 무슨 친구야?"

"아니. 우린 둘도 없는 친구야."

우린 그냥저냥 해..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연이에게 연락이 오면 안심이 된다.


중2. 연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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