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이런이런!
오랜만에 식물들을 손봐주다가
물꽂이로 뿌리내려 작은 화분에 옮겨준 장미허브 화분을 깻박쳤다.
1미터 상공에서 자유낙하한 장미허브 화분.
흙은 마룻바닥으로 쏟아지고, 잘 자라던 장미허브는 잎이 다 떨어지고 줄기가 부러졌다. 주워 담아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모든 것은 한순간이었다.
동물과 식물이 공존하는 우리 집은 우위를 따지자면 동물우선이다.
우리 모두의 강아지 비누는 가족이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비누가 어릴 때 겨울에 피어난 청양꽃을 모조리 따먹은 적이 있다. 병원을 달려가고 걱정을 많이 했다.
나 혼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식물이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질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애정을 가진 식물이 가족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내심 섭섭했다.
이런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식물에게도 예쁜 말을 해주면 잘 자란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때 내가 청양나무를 걱정하진 않았던 걸 보면 식물에게 온전히 사랑을 준다는 건 진심인가?
가뜩이나 실내라는 좋지 못한 환경 속에 놓여있는 식물들은 그 환경 속에서 조차 좋은 위치마저도 선점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식물들에게 내주었던 책상에 내가 다시 밀고 들어갔고, 식물들은 여기저기 좁은 틈에 자리하게 되었다.
아주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다가 결국 이 사달이 난 거다.
처참하게 쏟아진 화분은 나의 욕심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 처럼 느껴졌다.
무책임하게 화분의 개수를 늘리고서 빛도, 물도, 바람도 제대로 못 챙겨주었으니 식물들은 위태롭게 생사의 기로에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미련투성이이던 내 마음이 단호해졌다.
쏟아진 화분의 남은 줄기를 수습하지 않고, 흙과 함께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넣었다. 얇디얇은 모종용 화분은 남은 흙을 닦아내고 재활용통에 넣었다. 그리고 저기 좁은 다용도실에 언제든 뿌리를 내려 화분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쌓아둔 꽤 많은 모종용 화분도 함께 분리수거 통에 넣었다.
이제 더는 욕심의 화분을 늘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깨끗하게 정리를 마치고, 남은 식물들에게 좋을 자리를 찾아본다.
‘아니지. 다시 내 책상을 내어줄까?’
“나야 아무 데서나 책을 읽고, 글을 써도 되잖아. 그래. 이 글을 마치고 다시 책상을 내주자.”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장미허브 줄기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오늘 밤 꿈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나에게서 가족대접을 받지 못하고 가지가 부러진채 버려진 장미허브가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와
“내 가지 내놔~~~~”
깻박치다
* 동사
그릇 따위를 떨어뜨려 속에 있던 것이 산산이 흩어지게 만들다.
* 예문
그 자식이 내 장사 목판 다 부쉈어. 밥도 깻박쳐 버리고.
출처 <<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표준국어 대사전-
https://brunch.co.kr/brunchbook/greenthu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