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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던 바다

내가 된다.

by 그사이


그리던 바다



그리던 바다

눈에 담아 눈물을 만들고

심장에 담아 피를 만든다.


그리던 바다

내가 된다.




두 시간을 달려가 바다를 아주 잠깐 보았다. 머문 것이 십분 남짓이니 바다에 스쳤다는 표현이면 충분하다.

강원도에 비가 오지 않는게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아서 쉽게 그곳에 가지 못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고생을 하겠구나 싶었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바닷가 태생도 아니며 외가든 친가든 바다를 배경으로 두지 않았으니 나는 작은 점 만큼도 바다 DNA를 갖진 않았다. 혹시 내 전생이 바다 물고기, 오징어, 새우, 전복, 조개 또는 말미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도 아니라면 좀 이상한 일이다.


바닷가 모래는 축축했다. 덕분에 고맙게도 내 발자국이 꽤 오래 모래 위에 머물렀다.

바다를 보면 심장이 울렁거린다. (부정맥일지도..)

이유 없이 눈물도 차올라 흘러내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본다.

이제 도착했는데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얼른 젖은 모래 속에서 깨진 조개껍데기들 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줍는다. 오랜 시간 바다에 머물어 동글동글 해진 것일 수록 좋다.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돌아오는 내내 만지작 거리는 버릇은 바다를 뒤로하고 돌아서는 즉시 드러나는 아쉽고 그리운 그런 감정 표현이다.

조개껍데기 하나는 바다를 만지는 기분이고, 두 개를 주워 딸깍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파도소리처럼 여겨진다.

바다는 왜 그렇게 늘 그리울까?

후생이 있다면 바닷속 빨간 산호가 되면 좋겠다.

빨갛고 예쁜 산호 정도는 욕심을 내고 싶다.


그리던 바다를 스치고 오니 빈 마음이 채워져 글로 흘러나온다. 끄적끄적.

멀리 바다가 보이니 조급한 마음이 든다.
드디어 바다에 왔다.
바다가 내게
포말을 만들며 가까이
더 가까이 온다
그리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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