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그르기의 계절
아주 장신(長身)인 여름이 가더니만
봄, 가을이야 원래 단신(短身)의 계절이지만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이야.
올겨울은 얼마나 키가 큰 녀석이 오려나?
깜깜한 새벽.
핫팩 모서리를 동글동글하게 공그르기 한다. 재단사처럼..
미리 구비해 둔 핫팩은 매 해 같은 제품이다.
”핫팩 사장님, 몇 년째 애용자 단골인데 이 뾰족한 모서리 좀 어떻게 개선 안 하실 건가요? “
물론 전하지 않은 마음의 소리다.
아이가 준비를 하는 사이 모서리를 공글리고 흔들흔들 흔드니 따뜻해졌다. 핫팩에 어미손의 체온까지 더하여 출근하는 아이의 주머니 속에 넣어준다.
핫팩 포장지 그림 속 캥거루 엄마처럼..
올겨울 키가 아주 클 것이 예측된다. 전날 밤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보니 새벽녘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 어미지만 왠지 춥고 깜깜한 어둠 속으로 아이가 나설 땐 꼭 배웅을 하고 싶다.
이제 날이 밝았다.
지금쯤 회사에 가까이 갔으려나?
한결같은 어미 마음이 계속 따뜻했기를..
키큰 겨울아, 오너라.
주머니 속에 어미가 있다.
아니 핫팩이 있다.
공그르기 뚯을 적어 넣을까 하다가 보니
날이 춥습니다.
여러분, 따뜻하게 옷 챙겨입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