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와 싫어.
길고 긴 여름이 가고 있다
그렇게 덥고.
그렇게 습하고.
그렇게 비가 오고.
그렇게 비가 안 오고.
그러나 살아있으니
가을이 온다.
겨울 태생이어서 그런지 체질적으로 어릴 때부터 여름더위가 유독 힘들어서 싫어했다.
누구나 한 계절쯤은 몸이 힘들어 어떤 계절을 싫다고 말한다. 그래도 전엔 싫다고 말하지 않고, “여름보다 겨울이 좋아.”라고 말했다.
언제부터 “싫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을까? (젊은이가 싫어하는 꼰대가 되는가?)
화창하고 꽃피는 봄은 엄마가 돌아가신 계절이어서 싫어.
여름은 원래 싫어.
참 싫은 것도 많다. 사계절 중 반이나 싫어하지만 아직도 계절의 반은 좋다.
우리 비누가 태어난 계절인 가을이 좋아.
내가 태어난 계절인 겨울은 여전히 좋아.
그만하면 다행이다.
내가 태어난 겨울이 좋아인 것은 아주 중요한 좋아다.
밍밍한 것을 싫어하니 종종 좋아와 싫어로 표현한다.
열정적인 좋아와 열정적인 싫어.
내 세상이 두 가지로 나뉜다니 참 극단적이다. 계절 넷 중 반이란 것은 순식간에 대부분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 위태롭다. 걱정인형인 나는 위험도 싫어하니 내년부턴 월별로 좋아와 싫어를 나누기로 한다.
“3월 싫어. 8월 싫어”라고 생각하고 보니 아직 열 달이나 좋아가 남아있다.
좋아
사랑스럽고 좋은 말이
내게 이렇게 많이 남았다니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