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맛이란 간사한 것이다. 미쉐린 별점이나 저갯 랭킹도 믿을 것이 못되고, 인터넷 리뷰나 평점도 더욱 믿을 수가 없다. 리뷰 평가자가 수천 명 이상이 되어서 어느 정도 보편성을 줄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편향될 수밖에 없다. 구글 지도상에 나타난 경험자의 사진과 리뷰를 나름 신뢰하고 찾아간 곳이 바로 음식에서 사기당한 Hoka Brew이다. 숙소에서 거리도 좀 있고 해서 택시를 타고 우아하게 만찬을 즐기려고 찾아간 곳이다. The Podium Boutique hotel의 2층에 입점해 있는 걸로 보아 나름 검증이 되었거니 했다. 필리핀 도시 중 바기오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딸기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양조장이 몇 곳이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들린 것이다. 일단 건물의 외모나 음식점의 분위기를 나름 바기오에서는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서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음식과 주류를 주문했다.
<사기 당한 스테이크>
일단 주류 주문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주문한 생맥주가 30분이 지나도 서빙이 되지 않는다. 명색이 양조장(Brew)라고 이름 걸고 하는 곳이 생맥주 기계의 고장인지, 종업원의 실력 부족인지 서빙을 하지 못하고 있다니 뭔가 심상치 않았다. 우리는 좀 고급스럽게 먹으려고 우선 샐러드와 피자로 맥주를 마시고, 메인 요리로 티본스테이크를 주문한 상태이다. 샐러드와 피자를 다 먹도록 생맥주가 공급되지 않아서 독촉을 했더니 기계가 말썽이란다. 어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산미구엘 병맥주를 시켜서 대신했다. 그런데 제일 문제는 메인 디쉬(Main Dish)에서 발생했다. 일단 서빙되어 나온 T-Bone Steak의 플레이팅이나 비주얼을 그런대로 봐줄만했다. 그래서 양손에 장비를 챙겨 들고 본격적으로 시식을 하려는데, 스테이크가 Knife를 거부한다. 칼을 너무 오래 사용해서 날이 닳아서 잘 안 되나 보다 하고 칼을 교체해 보았다. 마찬가지다. 목재소에서 통나무를 썰 듯이 무딘 칼을 쓱싹거리며 겨우 고기 조각을 만들어 씹어보니 이건 고기가 아니라 구두 뒤축을 물에 불려 놓은 것이다. Rare, medium, Well-done의 차이도 없었다. 그냥 질기다. 피자를 시켜서 맥주로 배를 채우지 않았다면 숙소에 돌아가서 신라면을 끓여서 먹어야 할 판이다. 우리는 농담으로 바기오로 올 때 버스 차창에 비친 들판의 비쩍 마른 필리핀 흰 소를 잡아서 요리했는지 물었다. 경험자 리뷰가 대부분 좋았는데 요리가 주로 피자나 다른 것이고, 스테이크 주문자는 우리처럼 불평을 한 것이 간혹 있었다. 자세히 관찰하지 못한 패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