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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Mar 09. 2022

일주일간의 격리를 마치며

코로나 확진자의 자가격리 이야기 7일차

2022.03.01(화)


지난 2월 23일 PCR 검사 결과 양성을 확인하며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는 오늘, 난 잠시 후 자정의 시간을 지나면 격리가 해제된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 생각을 이곳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 마지막 하루를 다시 정리하면서 이 시간을 소중히 담아내겠다. 


어제 기록했던 대로 딸의 확진으로 인해 우리 집안의 공기가 많이 바꿨다. 아내의 손과 발은 더욱 바빠졌고 딸의 전담 마크맨은 내가 되었으며 아들은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밤을 지나면서 아들마저 열이 나기 시작했고 아내도 미세한 통증이 감지되었기에 다시 한번 PCR 검사가 필요해졌다. 


하루에 3번의 콧속을 허용했던 나는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아내와 아이들도 그것 못지않은, 혹은 더 많은 숫자의 검사를 여러 번 거치면서 꽤나 수고롭게 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발 이 수고스러움이 최악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바람과 달리 우리 가족에게 전달되는 감염의 확산세는 그 이상으로 빨랐는지 결국 오늘 오후 3시 아내와 아들마저 양성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힘들게 버텨온 노력의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선 대단히 허탈하고 야속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큰 통증 없이 단순 감기 정도로 지나가고 있음엔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네 가족 모두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씁쓸하지만 이외로 좋은 점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집 안에서의 격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격리 공간을 마련하고 지키느라, 가족 간에도 가까이하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부자연스러운 상태였는데 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점은 장점이라 할만하겠다. 


나는 이제 아들, 딸과의 스킨십(안아주고 업어주기 등)을 마음껏 할 수 있고 내 손으로 설거지나 빨래를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평생을 두고 보면 엄청나게 짧은 찰나와도 같은 일주일이었겠지만 그 안에서 느낀 점이 참 많았고 지루한 이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다. 이 공간에 그것을 공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충분한 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지인들의 자가격리 형태를 보면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힘들지 않다고 환자라는 점을 간과하기 쉬운데 이 시기 충분한 음식 섭취와 쉼을 갖지 못하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다. 잊지 말라,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당신은 환자다! 잘 먹고 잘 쉬는데 최선을 다 해라!


둘째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잘 활용하라! 지루할만한 이 시간, 그저 아무 생각 안 하고 TV,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보면서 허송세월을 보낼 수 있을 텐데 나의 경우는 첫 이틀 정도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게 너무 아쉽더라. 그래서 나름 개인의 취미생활을 잘 활용하기 위해 글쓰기와 독서를 하려 노력했다. 2권의 소설과 1권의 계간지, 한 편의 영화와 하나의 드라마 시즌을 보면서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세 번째는 기록하라는 것이다. 나는 매일 자가격리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떤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 순간을 지혜롭게 보내기 위한 나의 선택과 판단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당장 이 기록이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 기록이 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정보 제공이 될 것이라 믿으며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록은 기억된다. 


7일간의 자가격리를 무사히 잘 마친 나는 자유의 소중함을 잘 간직하며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집 밖을 마음 편히 나가는 것, 사람들을 만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아주 별것 아닌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시간에서 벗어나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힘을 내라며 메시지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혹시나 나와 같이 격리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분들 - 특히 확진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분들께도 - 내가 받은 위로와 격려, 응원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Good luck to you!!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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