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Mar 09. 2022

일주일간의 격리를 마치며

코로나 확진자의 자가격리 이야기 7일차

2022.03.01(화)


지난 2월 23일 PCR 검사 결과 양성을 확인하며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는 오늘, 난 잠시 후 자정의 시간을 지나면 격리가 해제된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 생각을 이곳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 마지막 하루를 다시 정리하면서 이 시간을 소중히 담아내겠다. 


어제 기록했던 대로 딸의 확진으로 인해 우리 집안의 공기가 많이 바꿨다. 아내의 손과 발은 더욱 바빠졌고 딸의 전담 마크맨은 내가 되었으며 아들은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밤을 지나면서 아들마저 열이 나기 시작했고 아내도 미세한 통증이 감지되었기에 다시 한번 PCR 검사가 필요해졌다. 


하루에 3번의 콧속을 허용했던 나는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아내와 아이들도 그것 못지않은, 혹은 더 많은 숫자의 검사를 여러 번 거치면서 꽤나 수고롭게 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발 이 수고스러움이 최악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바람과 달리 우리 가족에게 전달되는 감염의 확산세는 그 이상으로 빨랐는지 결국 오늘 오후 3시 아내와 아들마저 양성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힘들게 버텨온 노력의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선 대단히 허탈하고 야속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큰 통증 없이 단순 감기 정도로 지나가고 있음엔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네 가족 모두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씁쓸하지만 이외로 좋은 점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집 안에서의 격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격리 공간을 마련하고 지키느라, 가족 간에도 가까이하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부자연스러운 상태였는데 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점은 장점이라 할만하겠다. 


나는 이제 아들, 딸과의 스킨십(안아주고 업어주기 등)을 마음껏 할 수 있고 내 손으로 설거지나 빨래를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평생을 두고 보면 엄청나게 짧은 찰나와도 같은 일주일이었겠지만 그 안에서 느낀 점이 참 많았고 지루한 이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다. 이 공간에 그것을 공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충분한 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지인들의 자가격리 형태를 보면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힘들지 않다고 환자라는 점을 간과하기 쉬운데 이 시기 충분한 음식 섭취와 쉼을 갖지 못하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다. 잊지 말라,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당신은 환자다! 잘 먹고 잘 쉬는데 최선을 다 해라!


둘째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잘 활용하라! 지루할만한 이 시간, 그저 아무 생각 안 하고 TV,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보면서 허송세월을 보낼 수 있을 텐데 나의 경우는 첫 이틀 정도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게 너무 아쉽더라. 그래서 나름 개인의 취미생활을 잘 활용하기 위해 글쓰기와 독서를 하려 노력했다. 2권의 소설과 1권의 계간지, 한 편의 영화와 하나의 드라마 시즌을 보면서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세 번째는 기록하라는 것이다. 나는 매일 자가격리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떤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 순간을 지혜롭게 보내기 위한 나의 선택과 판단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당장 이 기록이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 기록이 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정보 제공이 될 것이라 믿으며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록은 기억된다. 


7일간의 자가격리를 무사히 잘 마친 나는 자유의 소중함을 잘 간직하며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집 밖을 마음 편히 나가는 것, 사람들을 만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아주 별것 아닌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시간에서 벗어나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힘을 내라며 메시지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혹시나 나와 같이 격리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분들 - 특히 확진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분들께도 - 내가 받은 위로와 격려, 응원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Good luck to you!!


_by 레오_
이전 08화 원더우먼 아내의 강렬한 존재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