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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Mar 09. 2022

자가격리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코로나 확진자의 자가격리 이야기 +



© neshom, 출처 Pixabay
2022.03.09(수)


어이없이? 황당하게? 생각지 않게?라는 말도 있겠지만 '생각이나 기대 또는 예상과 달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뜻밖에"라는 말이 적당한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처럼 "뜻밖에" 증상에 당황하고 "뜻밖에" 결과에 한숨을 쉬고 "뜻밖에" 상황에 고립되었을 것이다.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2년 넘게 바이러스를 피해 다니느라 고생했는데 말도 안 되는 "뜻밖에" 순간을 맞이하는 일은 결국 내게 오고 말았고 난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기록해나갔다. 내 글을 보고 어떤 누군가는 공감했으면 좋겠고 또 어떤 누군가는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생각보다는 덜 힘들게 지나갔을지 모르겠지만 통증의 아픔보다 감정의 우울이 자가격리자를 힘겹게 했음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간 내 몸속의 모든 것이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나의 머리와 마음도 여타 다양하게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일주일간의 자가격리, 그리고 또 다음 일주일을 지낸 후, 나의 상황을 다시 기록해 본다.  


2022.02.23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 그리고 2022.03.01 자정 - 격리 해제! 자격 격리가 끝나는 순간,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격리 해제가 풀리자마다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격리 해제 통보 이후, '내 안에 남아있는 바이러스 균이 활성을 멈춘게 확실할까?',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어떻게 하나?'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나의 자리를 더 이상 비우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4명이 근무하는 기관의 근무형태로 인해 매주 수요일은 나의 당직이 예정되어 있었고 해제가 끝난 날은 마침 3월 2일 수요일이었기에 난 선택의 여지없이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스스로를 믿지 못해 마스크를 두 개나 끼고 손에는 손소독제를 들고 출근길에 올랐다. 오랜만에 출근을 하기 위해 잡은 운전대가 왠지 낯설었다. 날씨가 따뜻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발이 시려웠고 그렇게 먹고 자고 쉬었음에도 피로감이 가시지 않았다.


약 20분가량의 출근길을 마치고 기관에 출근해서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었지만 난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7일 격리 이후 3일은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자율 방역'기간이기 때문에 사무실 옆에 작은 상담실에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갔다. 가족과도 대면하지 못하고 전화로 연락했던 자가격리 첫날처럼 선생님들과 메신저로 업무를 주고받고 부득이 대화가 필요할 때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말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3일의 시간을 보냈다. 불편하고 힘겹긴 했지만 피해가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랐다. 이 기간동안 업무가 정상적일수가 없었기에 답답했다. 둘 중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하는 선택의 결과가 여기서도 이어지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열흘 정도가 지났을 때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내 자리에 앉아서 근무했다.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순간이다. 아직 식사를 함께하는 단계까지는 올라오진 않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한다. 격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단어인 것 같다.


업무를 재개하고 일상을 회복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건강 상태가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겉으로는 슈퍼 면역자가 되어 너무 괜찮고 건강하다며 으시되며 건강에 대해 우쭐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이것이 확진의 결과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나의 경우에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설사를 했고 속이 쓰린 느낌이 강하게 왔다. 컨디션은 아직 정상적이지 않고 피로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약을 추가 처방받고 싶진 않아 대신 따뜻한 물을 많이 먹고 일찍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었다며 호들갑 떨었던 게 무색할 정도로 1년이 지난 현재 일일 확진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기록적인 확진자 수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제 주변에서 확진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버티고 이겨냈던 순간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며 우는소리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것이 진정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며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만간 정점을 지나 풍토병으로 바이러스를 맞이할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완전한 종식이 아닌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가족은 나를 시작으로 모두 감염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 단어가 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모두가 그 시기를 무리 없이 보내고 나니 위드 코로나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 가족은 컨디션을 조금 더 회복한 후에 가족여행을 떠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차피 확진자가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전보다 훨씬 자유로울 것이라는 의견이 포함된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위중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병상이 확보되고 충분히 우리가 이겨낼 만한 의료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으니 두려움을 넘어 위드 코로나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부디 모두가 건강한 우리의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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