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깃든 바람 20

시간의 끝을 찾아서..

by 봄비가을바람

지하는 엄마의 일기를 서랍장 앞에 주저앉아 처음부터 빠르게 읽었다.

여느 연인보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주말에 가끔 만나 식사를 하거나 안부 전화를 주고받는 소소한 행복이 그려져 있었다.

특별하다고 하면 연락이나 만남이 뜸했다.

연애 기간이 2년이었는데 마치 썸 타는 남녀처럼 가끔 연락하고 가끔 만났다.



2년이 되어갈 무렵, 엄마가 회사 앞에서 기다리다가 우연찮게 다치며 함께 있는 시간은 꽤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엄마 곁에서 밤새 지키고 병원까지 동행하는 자상함이 보였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좀 이상했다.

관계가 더 친밀해지고 엄마가 임신 징후도 있는데 그 남자, 아빠의 행적이 더 이상 적혀 있지 않았다.



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벨을 눌렀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사람은 2년 전부터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았다.
지난주에 분명 그 집에 함께 있었는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나오며 아파트 동과 호수를 수없이 확인했지만 틀임 없이 그 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없었다.
흔적조차 없었다.



지하는 심장을 죄는듯한 박동으로 온몸이 불안으로 떨렸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지하는 엄마의 마지막 일기를 읽고 또 읽었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일기만으로는 그때의 상황을 알 수 없어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다.


"여보세요. 외삼촌!"

지하는 외삼촌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제가 댁으로 갈게요."

"알았다."


"네가 찾으려는 건 찾았니?"

"외삼촌이 주신 열쇠로 모든 의문이 풀릴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래."

"저는 어떻게 세상에 나온 거예요? 이지하라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어요?"

"엄마의 일기로도 알 수 없다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도 없을 것 같다."

"외삼촌!"

"너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보, 지하도 알아야지요."

외삼촌과 외숙모의 알 수 없는 시선이 오고 가고 마침내 시간의 문이 열렸다.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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