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깃든 바람 22

궤도 이탈

by 봄비가을바람

지하도, 외삼촌도, 외숙모도.

어느 누구도 엄마의 충격을 가늠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의 꿈을 꾸며 함께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엄마의 기억은 엄마가 아프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지하가 어릴 때,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어딘가를 정처 없이 헤매곤 했다.

학교에 다녀와서 엄마를 찾아다녔지만 헛걸음으로 비를 맞고 돌아오면 완전히 파김치가 된 엄마가 한밤중이 되어 돌아왔다.

아침이 되면 울며 엄마를 찾다가 잠든 지하 옆에 젖은 몸 그대로 엄마가 누워 있었다.





<출처/Pixabay>




지하는 외숙삼촌 집에서 자랐다.

출산 후에도 엄마의 기억은 빈 터널을 헤매고 있었다.

당시, 아빠 없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엄마, 해인이 홀로 지하를 키우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외사촌들과 함께 친형제처럼 자라 지하는 외롭지는 않았지만 늘 허전한 빈 구석이 있었다.

밖에 나가면 외삼촌을 아빠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지하가 자라며 옛 기억보다 새로운 기억들로 채워나갔다.

흐려지는 시간은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지하가 고등학생이 되며 두 사람만의 집에서 가족으로 살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별도 나오지 않고 달빛도 길을 잃은 날마다 이어지던 엄마의 방황도 점차 줄어들었다.



"지하, 우리 착한 아들."

엄마는 밖으로 나가는 대신, 지하가 잠든 곁을 지키며 울고 또 울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이제는 놓아야 한다고 되뇌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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