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깃든 바람 24
누군가의 이름이 지워지고..
"이제 봄이네."
운전대를 잡은 외삼촌은 아무 말없이 앞만 보고 있는 지하를 곁눈질을 하며 말했다.
"네."
지하의 머릿속은 먼 세상을 헤매고 있었다.
엄마의 일기장에 적힌 이야기는 몇 번이나 읽었지만 어느 하나도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지하, 아버지 이야기도 두 분의 연애도, 마지막 아버지의 흔적도.
답답한 마음이 외삼촌과 나란히 앞만 보고 있으려니 점점 부풀어서 터질 것 같았다.
"궁금하지?"
"네!?"
"아버지. 이지하."
"네."
지하는 자신의 이름이 왜 지하인지, 엄마의 성을 따라, 아니 외삼촌의 아들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궁금한 이야기들이 커져서 한 번쯤 터뜨릴 만도 한데 지하는 모든 걸 엄마를 위해 참았다.
그 엄마가 지하를 위해 삶을 종료하지 않은 것처럼.
"자, 한 잔 하세."
윤해진(윤해인의 오빠, 지하의 외삼촌)은 소주병을 들어 이지하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아, 네."
이지하는 한 손을 받치고 술잔을 받았다.
윤해진은 걱정과 궁금증으로 여러 번 윤해인의 방 앞을 서성였지만 선뜻 여동생의 남자에 대해 물어볼 수 없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대신 자신이 보호자를 자처했지만 함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를 태우던 어느 날, 해인이 남자를 데려 왔다.
겉모습은 키며, 얼굴이며 빠지는 데가 없었다.
부모님이 보셔도 좋아하실 만했다.
"부모님도 같이 계시나?"
가족 안부를 묻는 해진의 말에 이지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빠."
옆에 있던 해인도 눈치를 주었다.
"자네, 나하고 술 한 잔 하겠나?"
슬그머니 일어서는 해진을 이지하가 따라나섰다.
<출처/Pixabay>
"사는 게 힘들었겠구먼."
"아닙니다. 먹고사는 건 혼자이니 살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곁에 계시던 부모님 자리가 늘 허전하고 아팠습니다."
"그렇지. 나와 해인이는 몸만 떨어져 있는데도 걱정인데."
"해인 씨가 힘이 많이 됩니다. 제 욕심이지만 해인 씨와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아깝고 좋은 사람이었다. 가족이 되어 품어 주고 싶을 만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