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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pr 19. 2024

시간에 깃든 바람 25

마주 보다.

 지하는 외삼촌의 한숨 섞인 말을 듣고 두 사람의 작은 차 안으로 돌아왔다.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이 왜 이렇게 그리운 것일까.

아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이미 가슴 깊이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



 "엄마 먼저 보고 올까?"

봉안당으로 들어서며 외삼촌이 말했다.

 "네."

지하는 대답하고 말없이 외삼촌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언제나처럼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와 곧 쏟아질 듯 눈물을 머금은 엄마가 지하를 향해 인사를 했다.

 <엄마, 저 왔어요.>

웃으며 인사를 하는 지하를 옆에서 가만히 외삼촌이 보고 있었다.

 <이제 지하한테도 보여 쥐야겠지. 해인아.>

외삼촌은 해인과 소리 없는 대화를 주고받은 뒤, 지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만 내려가자."

 "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외삼촌은 계단으로 향했다.

지하도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2층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외삼촌이 이끄는 대로 2층 안쪽으로 갔다.

 그리고 드디어 걸음을 멈췄다.



 마주 선 지하는 천천히 자신의 앞에 있는 유골함에 쓰인 이름과 날짜를 확인했다.

이 . 지.  하.

자신과 성이 다른 같은 이름.

지하.

엄마가 평생을 놓지 못 한 이름.

이지하였다.

자신과 같은 또래의 얼굴이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눈을 위에서 아래로 옮기며 사진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엄마와 그 사람, 이지하의 행복한 결혼사진이었다.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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