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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pr 26. 2024

시간에 깃든 바람 26

에필로그

  "결혼 날짜를 10월로 잡고 꽃이 예쁜 봄에 미리 결혼사진을 찍었다."

외삼촌은 숨을 크게 쉬고 말을 이었다.

 "일이 이리될 줄 알았는지 사진을 찍고 그다음 주에 큰일이 났다. 결혼사진만 남겨 놓고 가버린 사람이 야속했지만 해인이는 그렇게 살아냈다."

지하는 외삼촌의 말에 아무런 대구도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니할 수 없었다.

갑자기 떠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어지럽게 섞어 놓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버터 낸 엄마가 가엾고 안쓰러웠다.

지난 시간에 아들 지하를 보며 아버지 지하를 수없이 그리고 지웠을 그 심정이 어땠을까.



 일상으로 돌아온 지하는 빠르게 일 처리를 해나갔다.

엄마의 사망신고 후 유품을 정리하고 봉안당에 두 분을 함께 모시기로 외삼촌과 의논했다.

사는 동안 함께 하지 못 한 삶을 다른 세상에서라도 함께 하기를 바랐다.



 혼자 있는 시간에 문득 한 번씩 무너지지만 지하는 그런대로 잘 지냈다.

홀로 먹는 저녁이 싫어 외삼촌 댁으로 넉살 좋게 밥 달라고 퇴근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주말 저녁에 만나기도 했다,

외삼촌은 여동생이 사별 후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예전과 달리 아무렇지 않은 듯 견뎌내는 지하가 한없이 고마웠다.



 날이 궂은 지난밤, 밤새 내린 빗노리에 뒤척이다가 무거운 몸으로 아침을 깨웠다.

지하는 위험한 일에 민감했던 엄마 때문에 하지 않다가 최근 운전도 다시 시작했다.

비 온 뒤 산뜻한 오전 햇살이 더욱 빛났다.



 계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아껴서 3층까지 올라갔다.

엄마가 있던 자리에 이제는 아버지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사진도 두 분의 아름다운 봄날 사진으로 바꾸었다.

환한 웃는 두 사람을 마주 보며 지하도 웃었다.

 <오늘 아침에는 날씨가 개었네요. 두 분 오늘도 좋은 데로 나들이 다니세요. 또 올게요.>

지하는 올라갈 때와는 달리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주차장에서 차를 출발시키며 은수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응."

 시큰둥한 은수의 대답에 잠깐 의기소침했지만 이내 용기를 내었다.

 "같이 저녁 먹을까?"

 "좋아."

의외로 빨리 대답이 돌아왔다.

 "두 시간쯤 걸려. 집 앞으로 갈게."

 "알겠어. 조심히 와."

 "응. 조금 있다가 봐."

 지하는 연애도 제대로 해 볼 생각이다.

혼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보고 싶으면 보러 올 수 있으니 가슴속에 눈물을 채우지 않을 것이다.






<출처/Pixabay>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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