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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May 30. 2022

절름발이 강아지

이심전심


절름발이 강아지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작은 몸뚱이

어미도 형제들도 주인도 살펴 주지 않아

버림받은 강아지

농장 한 귀퉁이 작은 개집에 덩그러니

발목이 잘린 다리를 디디지 못하고 서 있던

첫 모습

아버지는 주인이 버린 작은 생명을

씻기고 수의사 불러 주사 맞히고

끼니 챙기고 약 발라 보살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동물은

몹시도 해맑고 순했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똥오줌은 슬그머니 밖에서 봤다.



눈 마주쳐 정을 나눈 적도 없는데

처음 순간부터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제법 걸을 수 있자 혼자 잘 놀다가도

쪼르르 와서 허벅지에 제 몸뚱이를 대고 누웠다.

따뜻한 온기에 칵 눈물이 다.

다 죽게 됐다고 버린 주인 때문에

어미와 떨어져 낯선 곳 거두어 준 은혜에

감사하듯 참 예쁘다.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어미 떨어진 동병상련인가.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프다.



잘 크고 있다는 소문이 났나 보다.

나 없는 새 주인이 데려갔단다.

참 정 없고 무례한 이웃이다.

그리 원망했다.

꼬맹이는 어미한테 가서 좋겠다.

그리 안심했다.

다 그렇게 사나 보다.

작은 노여움에 발끈하다가도

또 다른 작은 안도에 위로받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소식이라도 들려오기를

바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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