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한 이별

멈춤, 그리고..

by 봄비가을바람


갑작스러운 멈춤은 다시없을 중요한 순간까지도 앗아갔습니다.

10여 년을 동고동락한 선생님들의 퇴임식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봤습니다.

마음에 두고 말로는 못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우리는 서로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마음이 어떤지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분을 한 번에 다섯 분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이별의 서글픔보다 어쩌면 남은 우리 역시 해야 하는 이별이기에 내 앞에 닥칠 일이 더 아팠을 겁니다.

가시는 길에 꽃길이 펼쳐지기를 바라며 꽃다발에 우리의 마음을 모아 작은 리본 묶어 고이고이 담았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멈춤은 그 이별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모든 준비를 손수 해 놓고 함께할 수 없는 마음은 한없이 무너지고 소외되는 외로움이 서운케 했습니다.





지금쯤 퇴임식이 시작되었을까?

계속 시계를 쳐다보며 순서가 어디쯤 어떻게 될지 가늠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시계를 보고 휴대폰을 보고는 반복했습니다.

코로나 19가 더욱 기세를 세우면서 식도 간소화하면서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퇴임하시는 분과 동료 선생님들의 전화와 메시지가 왔습니다.

대신 송별사를 쓰기로 하신 분이 제 송별사를 그대로 읽으신 겁니다.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하셨다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돈 쓴다고 마다하신 꽃다발도 화사하니 좋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송구하고 아쉬웠습니다.

함께 하지 못 한 죄송함으로 시절의 혹함을 원망했습니다.

나에게만 닥친 이 시련이 누구에게도 갈 일인데 하필 나인가 하는 원망을 했습니다.

아니다. 아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는 위로는 위로가 되지 않고 그저 입바른 인사처럼 들렸는데 내 송별사에 함께 훌쩍하는 소리에 더 죄송한 마음만 컸습니다,

우리의 10년의 이별이 더 애잔하고 서글펐습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내 일이 될 거라는 건 생각도 못 했습니다.

우리 일 특성상 접촉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아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건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무섭습니다.

내가 아무리 주의를 하고 조심하더라도 나에게 엄청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로 인해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산 당연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우기 위한 과정은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그 대가는 크지만 다시 얻은 것은 절대로 잃지 않을 겁니다.




송별사


떠나는 님에게


올해도 서서히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매해 이맘때쯤이면 1년 동안의 회포를 푸는 연말 회식을 준비하고 무박이라도 우리들끼리의 겨울 워크숍 일정을 짜느라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들뜬 마음이 자꾸 시간을 뒤돌아 보며 아쉬움과 서글픈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달릴 수 있는 준마를 고삐 매어 마구간에 가두어야 합니다.

남은 우리 역시 그 뒷모습을 보고 따라가야 하기에 보내는 마음이 더욱 쓰리고 아픕니다.

사람이란 동물은 역시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제일 뜨겁고 급한가 봅니다.

떠나시는 선생님들 마음보다 남아서 앞으로 바람막이 없이 먼길을 갈 고단함만 생각합니다.

이제는 알아서 할 깜냥인데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여전히 선생님들 얼굴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래서 또 가는 길이 겁이 납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나이만큼일 때 새로운 일을 개척하고 뒤따라오는 이들을 위해 길을 넓히고 닦으셨습니다.

여전히 저평가받는 우리가 조금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버티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제대로 쫓아오는지 늘 살피셨습니다.

늘 믿는 구석이 되어 주셨고 앞서는 일에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그 길 끝에서 진정 선생님들께서 꿈꾸셨던 일을 하실 좀 더 큰 세상으로 보내드려야 합니다.

귀먹고 눈멀어 그 소식도 못 듣고 그 고운 얼굴 다시 마주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이 시간의 끝이 너무나 싫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선생님들 걸으셨던 그 길을 더욱 넓히고 닦으며 언젠가 우리 서로 모두 잘해 왔다 토닥일 날을 기약합니다.

그동안 시간에 갇혀서 못 다하신 일 마음껏 펼치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위아래 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남은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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