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밍 아웃

덕질하려면 행복하게 하자!

by 봄비가을바람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친구가 네 명 있습니다.

모두 다섯 중에서 둘은 결혼했고 셋은 아직 미혼입니다.

미혼이 우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그중 두 친구는 여전히 주말에는 엄마한테 시달리고 방학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엄마 눈에 안 띄도록 몸을 바짝 낮추고 다닙니다.

다들 교편을 잡고 있거나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코로나 시국인 지금 학생들 걱정에 3여 년을 얼굴 한번 못 봤습니다.

더구나 미국에 가 있는 친구는 여행 계획을 세워 놓고 온다는 말이 없으니 보채지는 않아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자주 못 봐도, 미국에 있어도 연락은 자주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보고 또 보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국 전 5월, 미국에 있는 친구도 일 때문에 들어오고 스승의 날 즈음이라 다들 시간이 났습니다.

좀 서글픈 일이지만 스승의 날에 오히려 학생들을 만날 일이 없습니다.

겨울방학에 보고 몇 달 만에 만나도 서로 그런가 보다 하니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갑자기 스타일이 바뀌거나 갑자기 예뻐지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자꾸 휴대폰을 봅니다.

1분에 한 번씩은 보는 것 같습니다.

'연애하나."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만나서 전화의 행방을 그제야 찾던 친구입니다.

분명 연애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고 어떻게 운을 뗄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이 가수 누군지 알아?"

뜬금없이 휴대폰 메시지 창 프로필 사진을 보여 주면서 묻습니다.

뒤로 돌아 신난 뒷모습으로 별빛 찬란한 무대 위에 서 있는데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요즘 응원하는 가수야."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아주 앳된 아이돌이었습니다.

누군지 보여 주고는 신이 났습니다.

굿즈 사 모으는 재미, 혼자서도 용감하게 즐기는 콘서트, 같은 덕주를 응원하는 덕후 이야기.

정말 아주 신이 났습니다.



조금씩 목구멍이 조여 오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다 들어갔다 했습니다.

'나도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이제는 진땀까지 나는데 망설이게 되는 것은

엄마 이야기 먼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소위 덕질이라는 것을 하는 이유가 엄마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먼데이키즈>의 슬픈 이별이 나와, 우리 가족과 엄마의 이별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2018.12.23 콘서트 포스터와 공연장 내부>




말보다 눈물이 먼저 앞섰습니다.

"현주, 운다."

말하는 직업이라 사람들 앞에서 3시간도 거뜬히 할 수 있는데 친구들 앞에서는 듣는 아이이지 말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늘 말할 때 친구들이 집중하고 잘 들으려고 합니다.

눈물바람부터이니 당황하고 걱정되었을 겁니다.



처음 <먼데이키즈>를 듣기 시작한 예전과 다시 듣게 된 근래의 이야기, 물론 엄마가 그립다 못해 흘러넘쳐 주체할 수 없었던 상황들과 첫 댓글 쓰기, 첫 공연 관람.

순식간에 입에서 나온 덕밍 아웃에 친구들은 당황해하지도 황당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 잘했어.".

늘 뭔가에 기댈 줄도 모르고 힘들다고 하지 않는 아이가 이제는 속내를 털어 보일 줄도 알고 기댈 줄도 알아서 반갑다고 했습니다.


그냥 "잘했어. 잘 됐다."

그 말뿐이었습니다.

제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친구가 있다는 참 큰 복입니다.

서로 좋을 때나 힘들 때 늘 곁을 지키는 친구처럼

<먼데이키즈>, 또한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keyword
이전 10화혼자 남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