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선물

1년을 사는 힘

by 봄비가을바람


공연장에 들어서니 아직 관객들이 다 차지 않은 빈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대에서 좀 떨어진 2층 첫 번째 줄 가운데 자리에 앉으니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먼데이키즈의 데뷔곡 <Bye Bye Bye>가 올렸습니다.

이어서 <발자국>, <가슴으로 외쳐>.

크게 못 듣고 이어폰으로만 듣던 노래들이 가슴을 쿵쾅쿵쾅 울려 공연 전 이미 무대 위가 아련하게 보였습니다.






공연을 보는 순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티켓을 예매하고 가는 날짜를 세며 기다리는 시간은 한순간이라도 빼지 않고 머릿속에, 마음속에 저장이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즐기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 공연장에 일행 없이 혼자 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커플이에요? 같이 오셨어요?"

남녀 나란히 여섯 명이 앉아 있어서 물어본 말이 무안해지기도 합니다.

"아니요. 다 각자 왔어요."

먼데이키즈의 팬은 남성이 더 많기에 여성 관람객은 당연히 남성팬과 함께 온 일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나 혼자 가도 될까. 괜히 뻘쭘한 것은 아닐까."

그런 기우는 생각 안 해도 됩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온 홀로 여성팬들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이벤트에 응모하는 것도 공연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첫 공연에서 성덕의 길로 들어서는 선물로 하여금 1년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사는 힘을 얻었습니다.

뭔가에 기대는 것조차 굴복의 의미로 받아들여 용납 못 하던 시절을 마감하고 기대고 의지하는 것 역시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질의 대상이 반드시 가수, 배우처럼 엔터테이너만은 아닙니다.

커피, 미술, 책, 음악, 운동, 동물 등 자신이 아닌 대상을 향한 관심도 덕질의 하나겠지요.

그 관심의 집중도에 따라 덕후의 성격이 달라질 것입니다.

삶 속에는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고통의 시간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입니다.



스물네 살 이후에는 늘 내 마음과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내 주위에서는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각자 나만 힘들다는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였습니다.

나만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따라 웃는 날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각자 견뎌내고 있는데 어쩌면 나만 참아내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이유가 뭔가를 탓할 수 있어서였는데 결국은 내 안에 그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문제에 맞닥뜨린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고 안 순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바로 덕질입니다.

기대고 의지하는 것이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음을 내놓는 것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언가에 열중해 새로운 길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1년을 사는 힘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 앞에 있는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힘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덕질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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