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우수수.
갈잎 따라 은행잎 따라
길섶으로 누워
발자국 찍힌 종잇장처럼
바닥에 달라붙었다.
비라도 오면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첫눈에 얼어 버리겠다.
붙박이 고운 정은
시간도 거슬러 인제든 튀어나오고
쓸데없이 바람 소리에도 문밖을 나섰다.
걸음보다 빨리 가을이 저만치 앞서고
시린 바람이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손으로 밀쳐내고 등 떠밀어 내쳐도
눈치도 잊고 떨어질 줄 모른다.
어차피 이럴 바에야
차가운 바람을 품 안에 안고
애틋한 자장가로 곤한 잠을 재울 걸 그랬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