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기 위해
# 1 어딘지 알 수 없는 곳
(온몸이 종잇장처럼 가벼워져서 알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느낌이 든다.)
(여름, 손끝과 발끝에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누워있는 몸이 천천히 세로로 세워진다.)
(눈앞, 어느 것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것이 느껴지고 차가운 공기가 콧속으로 스며들고 눈을 조심스럽게 뜬다.)
(여름, 눈이 천천히 떠지자 눈앞에 희뿌연 안개가 흩어지고 파란색 하늘과 푸른 나무, 거리의 풍경이 짙어진다.)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기며 주위 소음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여름 (주위를 둘러보며) 여기는 어디지? 아니, 언제지?
(여름, 용기를 내어 걸음에 속도를 내고 어딘가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 2 책방 앞
(여름, 온몸을 휘감고 있던 바람이 사라지자 문 앞으로 다가섰다.)
여름 (의아한 듯, 불빛이 밝은 책방 안에 민준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한다.) 민준우가 있을까.
(여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책방 주인 (문에 달린 벨이 울리자 문쪽을 보며) 어서 오세요. 어 (여름을 반기며), 친구도 저쪽에 있는데. (책방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여름,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책방 주인이 말한 쪽으로 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여름 (책장 앞에 서 있는 민준우를 보고 다가간다.) 민준우, 준우야.
민준우 (고등학생 때의 모습으로, 그때 자주 입던 긴 점퍼를 입고 있다.) 어, 한여름?
(민준우, 여름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름 (눈에 눈물이 고여 앞이 흐릿하다.) 준우야.
(여름, 민준우의 이름만 부르고 말을 잇지 못한다.)
민준우 (여름의 표정으로 뭔가 알았다는 듯이) 한여름, 너 지금의 여름이 아니지?
여름 (순간, 눈이 커지며 민준우에게로 한 걸음 다가선다.) 너, 넌 언제의 민준우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