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흔적
# 1 민준우의 집
(왠지 모를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여름, 민준우의 어머니와 눈을 맞추지 못한다. 민준우의 어머니 역시 여름의 시선을 피해 문이 굳게 닫힌 방문을 힐끗 쳐다본다.)
(여름, 찻잔을 들고 불편한 시선을 베란다로 돌린다. 베란다에는 정갈하게 화분이 여러 개 놓여 있고 푸른 방충망이 햇빛에 그림자로 작은 체크무늬를 바닥에 그려 놓았다. 옆으로 눈을 돌리니 빨래 건조대가 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여름 (뭔가에 깜짝 놀란 듯, 하지만 민준우의 어머니 눈치를 보며) 어? 아!
(빨래 건조대에 널려 있는 빨래 중에 여름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여름 (겨우 민준우의 어머니와 눈을 맞추며) 저, 지우는?
(지우는 민준우의 여동생이다.)
민준우의 어머니 (조금 당황하며)아, 학교 기숙사에 있지. 집에서 다니기가 너무 힘들어서.
여름 (아직 의심스러운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그럼, 어머니 혼자 계시면 적적하시겠어요?
민준우의 어머니 (더욱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렇지. 뭐.
(여름, 분명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옷은 민준우가 자주 입던 후드티였다. 의심과 불안이 깊어진 얼굴을 들킬까 봐 시선을 베란다로 돌렸다.)
(서로 다른 입장으로 불편한 집안에 레몬티의 진한 향이 가득 찬다.)
여름 (찻잔을 뒤로 밀어놓으며) 어머니,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민준우의 어머니 (왠지 안심하며) 아, 그래요. 그럼
(더 있으라는 마음에 없는 만류도 하지 않는다)
# 2 민준우의 집 밖
(여름, 현관 앞에서 한참 그대로 서 있다. 더 이상 머물 수 없음을 인지하고 돌아선다.)
(그때, 민준우의 방. 창문이 열린 것도 아닌데 커튼이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계속..